“박근혜 키즈냐?” 대 “반말하지마”... 심야 말싸움터로 변한 국회 본회의장

입력 2015-06-26 00:02

여야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후폭풍 속에서 어렵사리 심야 본회의를 열었지만,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대책법을 포함해 2건의 의사일정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본회의장에서도 논의의 초점은 메르스 법안 등 심의안건보다는 거부권 논란에 맞춰지면서, 여야가 서로 고성을 주고받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애초 여야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등 60여건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정쟁으로 해당 법안들은 심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재의결을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야당은 일찌감치 메르스 법안을 제외한 다른 안건들은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재의결을 둘러싼 여야 교섭이 수차례 평행선만 그리며 본회의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리기만 했고, 특히 야당이 본회의 직전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규탄대회까지 진행한 후 입장하자 회의장은 단숨에 여야간 '싸움터'로 변했다.

이날 오후 9시20분께 본회의가 시작하자 양당은 한명씩 의사진행발언 및 자유발언을 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도저히 대통령의 품위와 품격에 어울리는 언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이재오 의원, 유승민 원내대표의 기개는 어디로 갔나. 거수기임을 자인할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신뢰와 명분을 중시하는 의장이 맞나. 국회를 모독하는 불행한 의장으로 역사에 남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최민희 의원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교수 시절 '대통령이 위법인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경우 탄핵소추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면서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면서 남탓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국회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또다른 권력 남용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야당이 (개정안에) 강제성 없음을 인정했다면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행사하는 오늘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용남 의원도 "오히려 새벽에 졸속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제정한 것을 국회가 반성해야 한다"면서 "법률이 식기세정제도 아니고 '1+1'처럼 끼워서 처리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여당 의원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의석에서 "입법부가 죽었다", "부끄럽지 않냐", "유승민 원내대표가 직접 발언하라. 대통령 앞에서 깨갱했느냐", "그러니 '박근혜 키즈'지" 라면서 언성을 높였다.

여당 의원들이 "조용히 해", "야당도 반성해라"라고 외치자 야당 측에서 다시 "반말하지 마"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정의화 의장은 "의장으로서 동료 의원이 발언할 때에는 국민들이 정확하게 경청할 수 있도록 야유성 발언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으나, 양측의 고성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아울러 법안 의결이 끝나고서 야당 의원들이 자유발언을 이어가자 여당 의원들은 단체로 퇴장하는 등 끝까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