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상징인 아웅산 수치(70) 여사의 대통령선거 출마가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미얀마 의회가 25일(현지시간) 투표에서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를 가로막아온 헌법 조항 개정안을 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헌법 개정에는 의원 75%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388명만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2008년 군부 주도로 제정된 헌법은 외국 국적의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이 대선에 나설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치 여사는 사별한 남편과 두 아들이 영국 국적이다. 이날 의회에서는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회 내 찬성 비율을 75%에서 70%로 낮추는 방안도 무산됐다.
미얀마에서는 선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군부에 의석 25%를 할당하고 있기 때문에 군부가 사실상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군정이 종식됐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는 계속 군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누리고 있다.
수치 여사는 이 소식을 듣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 군 인사들이 반대하는 한 헌법이 바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면서 이르면 10월 있을 총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군부 의원인 틴 소에 준장은 “나라를 이끌 사람의 가족이 외국 국적이면 그 나라는 간접적으로 외국 통제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총선에 이어 내년 초 대선을 치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에 승리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군부 파워에 아웅산 수치 대선출마 사실상 좌절
입력 2015-06-25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