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최현석 디스? 저격? 오해입니다” 강레오의 항변

입력 2015-06-26 00:08
“내 일이니까 내가 직접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숨어있을 이유도 없잖아요. 내가 잘못 말한 게 아니라 잘못 전해진 것뿐이니까요.”

셰프 강레오(39)가 셰프 최현석(43)을 비방했다는 오해를 풀고 싶다며 국민일보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앞서 보도된 기사에 대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25일 오전 서울 퇴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예기치 못한 논란에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앞서 강레오는 최현석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게재된 웹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요리사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방송에 출연하면 요리사는 다 저렇게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자신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튄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소금과 분자요리는 최현석의 트레이드마크다.

강레오는 “누구를 저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다만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위해 소비되는 셰프 이미지에 대한 우려였다. 소금은 그중 유명한 예를 든 것뿐이라고 했다.

분자요리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1990년대 초 유럽에서 유행한 분자요리법은 최현석이 최근 방송에서 강조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방식이기에 정석이 아닌 지름길이라고 강레오는 말했다. 지금 막 요리를 배우는 친구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시작으로 1세대 스타셰프로 군림하던 그는 방송과 레스토랑을 겸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뒤 점차 활동을 줄였다. 7년째 한식을 배우면서 농업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또 세 군데 레스토랑 FNB(식음료) 디렉팅을 담당하며 해외 레스토랑 사업을 준비 중이다.

강레오는 “예능은 내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안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렇다고 예능 하는 요리사들을 비방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셰프 출연 예능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했다.

-‘소금’ ‘분자요리’ 언급은 어떻게 나온 말인지요.
“요리를 막 배우는 친구들이 ‘나는 어떤 캐릭터를 가져야 겠다’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지름길을 찾다보니 기본보다는 유행을 좇는 친구들이 많아요. 선배 요리사들이 잘못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방송이에요. 방송은 일단 재밌어야 되니 재미요소를 찾고, 의도치 않게 비친 (셰프)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저렇게 하면 나도 방송을 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겠지’ 착각을 하죠. 그렇게 생긴 편견이나 오해,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한 거예요.”

-가르치는 학생들이 있나요.
“대학 등에 특강을 나가면 학생들은 제게 어떻게 하면 스타셰프가 되는지 물어요. ‘(옆 친구를 가리키며) 얘도 소금 이렇게 뿌린 대요’ ‘저는 제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스타셰프라는 직업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거다. 하지만 훌륭한 요리사가 되면 누군가 너희를 찾아줄 거야’라고 얘기해줬어요. 그게 역효과라는 거예요. 요리사들이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방송 만드는 분들이 아이들이 어떤 오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시면 조금 더 진중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콕 집어 소금 뿌리기를 예로 든 이유는요?
“요즘 가장 유명하니까. 그리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요즘 요리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이 보는 예능프로그램이잖아요. 하지만 (문제가 된) 인터뷰 내용처럼 누구를 저격한다든지 이런 건 없어요. 요리사가 방송에 그만 나와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한 거예요.”

-최현석을 겨냥한 게 아니라 단지 예로 들었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죠. 아마 저랑 최현석씨 관계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요. 그래서 그 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다만 소금과 분자요리를 얘기한 건 지금 요리하는 친구들이 찾고자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에요. 그게 왜곡돼서 나가면 그 친구들은 헷갈려 해요. 요리사는 방송 데뷔용이 아니라 전문적인 직업이잖아요. 연예인이 될 거면 다른 일을 하는 게 훨씬 빠를 테죠.”

-웃음 위주로 가는 방송 방향이 문제라는 거군요.
“요리사들이 방송에 많이 나와서 직업 자체가 굉장히 존중받게 된 건 맞아요. 근데 좀 더 존경받는 직업이 되길 바랄 뿐인 거죠.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더 노력할 거고요.”

-분자요리 언급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도 분자요리를 했었어요. 1998년 유럽에서 처음 접했죠. 그런데 세계적인 추세는 ‘(분자요리) 안 한다’예요.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뭐라는 건 아니지만 분자요리는 계량과 실험을 통해 이미 틀 안에 갇힌 요리거든요. 창의적이지 않아요. 발상을 전환할 순 있지만 식품첨가물 안에서만 가능한 거예요. 분자요리의 제1 정의가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예요. 저는 식품첨가물 없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겠다는 거죠. 비주얼 때문에 분자요리에 초점을 두는 친구들이 많아요. 가루와 계량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분자요리 학습은 되게 빠르거든요. 지름길로 가긴 좋은 거예요. 하지만 결국엔 다 비슷비슷한 거죠. 이미 만들어진 분자요리 틀 안에선 유일할 수 없어요.”

-분자요리하면 최현석 셰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요.
-“그를 디스한 게 아니라 분자요리에 대한 견해를 얘기한 겁니다. 저도 전문가니까요. 현재 분자요리가 우리나라에 맞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특별한 게 없다는 거죠.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요. 패턴을 벗어나지 않아요.”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배운 요리사들이 옆으로 튀어 분자요리를 한기도 한다’고 하셨죠.
“한계에 부딪힌다는 겁니다. 클래식은 본 고장에 가서 배우잖아요. 클래식을 배우지 않으면 아무래도 기반이 약해지겠죠.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그 기준으로 봤을 때 클래식한 프랑스 음식을 한국에서 누가 가르쳐줄 수 없잖아요. 한국 궁중음식 문화재를 해외에서 배울 수 없는 것처럼요. 물론 이것도 제 견해에요. 틀리다는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거죠.”

-외국음식을 전공한 한국파를 무시했다는 견해도 있더군요.
“한국에서 외국음식 배워도 돼요. 배우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안 했다는 거죠.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들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히 다른 얘기에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본인이 원하는 걸 이뤘으면 된 거예요. 어디서든 열심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으면 하면 되는 거죠.”

-빠른 길을 찾지 말라는 말인가요.
“네.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길이면 평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게 맞잖아요. 평생 하려면 배움의 끈을 놓으면 안 되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는 천재가 아니니까 배울 수밖에 없어요. 기준이 되는 선생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죠. 서양요리를 하는 친구면 가급적 서양요리에 정통한 분을 찾아서 가르침을 받는 게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인 거예요.”

-열등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잘 나가는 요리사를 향한 열등감이 있냐고 하는데, 전혀 없어요. (예능은) 제가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안 하는 것뿐이에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제게 더 맞는 것 같아 타 방송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어요. MBC ‘찾아라! 맛있는 티비’ MC도 새로운 음식들을 발견하는 매력 때문에 하는 거고요. 방송하면서 공부가 많이 돼요.”

-셰프들이 출연하는 방송 보면 어떤가요.
“재밌어요. 다만 셰프들 모습이 왜곡돼서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부분만 보이지 말았으면 해요. 그건 요리사 책임이 아니라 제작자 몫인 거죠. 재미 위주보다 전문성을 함께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요리사는 정말 멋진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요리사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았으면 해요. 방송을 위해 요리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요.”

-끝으로 한 마디 한다면요.
“저라는 사람을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전 지금도 되게 부족한 사람이고요.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요리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언이나 심사를 해줄 순 있지만, 남들 앞에서 ‘요리는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건 (아직) 조심스러워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