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이념적 성향은 사실 '무정부주의'”라며 “국가도 없고, 정부도 없고, 지자체장이 나서는 가운데 국민은 각자도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상의 무정부주의자들이 뭐하러 강력한 대통령 권한을 욕구하는지”라고 반문했다.
진 교수는 “역설은 이 무정부상태가 실은 강력한 권력독점의 결과라는 것”이라며 “위에서 권한을 독점하고 밑으로 안 내리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밑에선 권한이 없으니 일을 못하고, 위에선 권한만 독점한 채 지식과 경험의 부족으로 일을 못하고... 그러니 정부가 없어지죠”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권한을 아래로 내리고, 그 다음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권한은 독점한 채 사고 나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아래를 꾸짖어요”라며 “그럴수록 공무원들은 눈치 보느라 복지부동. 아래선 뭘 할지 알아도 권한이 없고, 위에선 권한만 독점했지 뭘 해야 할지 모르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정부가 없는 상태가 초래되는 겁니다”라며 “그러니 위기의 상황에 필요한 국가의 '통치'를 엉뚱하게 박원순, 이재명 등 지자체장들이 대신하고 나서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하여튼 이 대목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와중에도 우리 각하는 ‘지자체장들이 나서면 국가가 혼란스러워진다’고 지자체장들의 메르스 방역 활동을 견제하는 데에 급급했다는 사실이죠”라고 비난했다.
진 교수는 “결국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70년대 박통 리더십을 들이대니 여기저기서 나라가 거덜나는 거죠”라며 “지금 좌우와 여야의 차이를 떠나 걱정해야 하는데......나라가 망조가 들었어요. 앞이 안 보여요. 큰 일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여야 박 터지게 싸우는 건 좋은데, 앞으로 대통령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꼭 '정치철학' 좀 물어봅시다”라며 “어휴, 저 참을 수 없는 철학의 빈곤”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유시민 전 장관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 공무원들 실은 매우 유능하대요. 위에서 목표만 제대로 정해주면,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훌륭하게 처리해낸대요”라며 “문제는 '지휘'가 없는 거라고. 밑에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지휘도 안 하니”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았던 사스 방역과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메르스 방역. 이 두 케이스를 담당한 것은 동일한 공무원조직이었다는 점. 그렇다면 같은 조직이 담당했는데, 그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 이유가 뭘지 생각해 보세요”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게 바로 '리더십'의 문제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나라가 망조들었다...앞이 안 보인다” 진중권 “박근혜정부는 무정부주의”
입력 2015-06-25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