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악연인가?

입력 2015-06-25 16:38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동반자’였지만 결말은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간 초유의 불화사태라는 악연으로 기록되게 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인 2005년 1월 초선이던 유 원내대표를 대표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제교사’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유 원내대표를 박 대통령이 눈여겨봤던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유 원내대표가 2005년 보궐선거를 통해 지역구(대구 동을) 의원이 되는 데에도 박 대통령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캠프의 정책메시지단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에 섰다. 공약을 만드는 데 깊숙이 관여했고 ‘이명박 저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끈끈했던 관계는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황우여 원내대표’ 카드를 밀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또 2011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월 유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관계는 더 악화됐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했지만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청와대에선 “미흡한 수준”이라는 싸늘한 반응만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정치 스타일상 둘이 함께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