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5일 청와대 국무회의 발언은 정부 국정과제, 주요정책에 대해 발목잡기를 해온 정치권을 겨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임기 중반을 맞기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정쟁과 당리당략에 매몰돼 행정부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을 여과 없이 표출한 작심비판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또 이른바 ‘배신의 정치’에 대해선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며 유례없는 강경대응 방침도 분명히 밝혔다. 현 정치권을 ‘구태정치’로 규정하고 정면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날이 선 비판을 하면서 앞으로 자신은 ‘국민을 위한 길’에만 매진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앞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정치권 모두에 직격탄=박대통령은 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며 포문을 국회로 정조준했다. 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가도록 국회 행태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까지 정부로 이송돼 오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폭발시킨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번 경제법안을 살려라도 본 후에 비판을 받고 싶다”며 “정치적 대립으로 국민에게 꼭 필요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해내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정치권에선 정부 비판과 반목만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선거 이후 유권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현 정치권의 행태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한 뒤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과거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 왔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계신 분들은 한결같이 ‘신뢰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하겠다’고 했지만 신뢰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저도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제출한 일자리·경제살리기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인 현실을 거론하며 “아마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겨냥한 작심비판=박 대통령의 비판은 국회법 개정안 여야 합의 처리 당사자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도 집중됐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여당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정치는 국민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유 원내대표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 여야 협상과정에서 야당의 연계전략을 수용한 것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주요 국정과제를 여당 원내사령탑이 강력히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비판적으로 나선데 대한 강력 경고이자, 사실상 퇴진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박 대통령 “당략 빅딜에 비통한 마음”=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법안 협상과정에서 일상화되다시피 한 연계전략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가 막힌 사유들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게 어느덧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가 돼버렸다”고 한 것은 이런 상황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 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을 연계처리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정작 시급한 영유아보육법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연계법안만 처리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은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은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가 발생하고 있다”며 연간 800억원대의 운영비가 지원되는 아시아문화전당을 예로 들었다. 또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목적예비비 집행의 연계,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 처리 연계 등도 예시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대통령, 격정적 발언으로 대정치권 선전포고
입력 2015-06-25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