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내대표에 쏠린 시선…자진사퇴냐, 재신임이냐

입력 2015-06-25 16:33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냐, 재신임을 받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노골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당장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원내대표 거취와 연결지을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비박계도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워낙 세 술렁이는 분위기다.

◇친박, 유승민 흔들기 본격화=초선의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내고 “유 원내대표는 무능한 협상과 월권 발언으로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늘 엇박자를 내며 월권적 발언을 일삼았다”며 “당내, 당청 간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 다른 친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더라도 물러날 명분은 줘야 되는 게 정치”라며 “너무 몰아붙이는 행동이 대통령과 당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숙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어 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유 원내대표는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될 법이라고 보고했다”며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일이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잡혀 있는 날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유 원내대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 문제는) 의원들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어 “(야당과의 협상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당 원내대표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원내사령탑’을 콕 찍어 강한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유임 기류 속 유 원내대표 결단이 변수=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일단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되 당내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만큼 유 원내대표 재신임 쪽으로 분위기가 쏠릴 수 있다. 직은 유지해야 한다는 게 친박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한 의원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어도 여당 원내대표를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건 대통령의 여당 흔들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에선 유 원내대표가 현실적으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 어느 부처 장관이 원내대표 말을 들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비박계가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더라도 유 원내대표가 먼저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