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필리핀 수녀 3명 추방명령…정보기관 외압설, 내무장관 개인 앙갚음 등 분분

입력 2015-06-25 16:46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추방 명령을 내려 논란이 됐던 파키스탄 정부가 이번에는 자국 내에서 10년 넘게 사역해온 가톨릭 수녀 3명에게 갑작스러운 추방 명령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최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수녀원부속학교 교장인 미라플로르 바한 등 필리핀 출신 수녀 3명에게 ‘허용된 비자 외의 일에 종사했다’는 명목으로 이달 말까지 출국할 것을 통보했다. 크리스천이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파키스탄에서 이들은 10년 넘게 사역해왔다. 수녀원과 가톨릭교회 측은 이슬라마바드 법원에 추방 명령을 무효화해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파키스탄은 이달 초 수십명의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비자 연장 허가를 내주지 않은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사무실을 폐쇄하고 이 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추방명령을 내렸었다. 그러나 미국·영국 등의 압박으로 지난 22일 이를 철회했다.

최근 외국인들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잇따른 배타적 조치의 배경에는 군부 내 비밀정보기관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을 색출하는데 기여한 파키스탄인 의사 샤킬 아프리디는 군 수사관들에게 세이브 더 칠드런 지부장 집에서 미국인 정보 요원들을 만나 빈 라덴 은신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후 세이브 더 칠드런은 파키스탄 정보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파키스탄 당국은 법을 위반하거나 구호활동을 내세워 스파이 행위를 은닉하려는 어떠한 외국 구호단체도 유사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추방 명령이 초드리 니사르 알리 칸 내무장관의 개인적인 ‘앙심’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녀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아비드 나지르 변호사는 과거 수녀원부속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칸 장관의 아내가 2011년 교장인 바한 수녀와 갈등을 빚고 학교를 그만둔 사실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감정으로 4000명이 넘는 부속학교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