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9월 26일 캔자스시티 애슬래틱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서 캔자스시티 선발투수는 새철 페이지였다. 페이지는 3이닝 1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인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때 그의 나이는 59세 80일. 페이지가 세운 메이저리그 최고령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24일 창원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선 베테랑 두 선발투수의 맞대결이 관심을 끌었다. NC 손민한은 만 40세 5개월 22일 나이로 개인 통산 120승을 달성했다. KIA 서재응도 만 38세 1개월이었다.
올해는 유달리 많은 고령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이승엽 임창용 진갑용(이상 삼성 라이온즈), 박정진 권용관 조인성(이상 한화 이글스), 이병규(LG 트윈스·9번), 홍성흔(두산 베어스)과 손민한 이호준(이상 NC) 임재철(롯데 자이언츠) 박진만(SK 와이번스) 최영필(KIA) 등 13명이 한국 나이로 불혹을 넘겼다. 송신영(넥센 히어로즈)과 박명환(NC)도 내년이면 마흔이다.
관계자들은 야구의 연령 시스템이 진화하면서 고참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됐다고 설명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령은 원년이었던 1982년 26세에서 올해 27.5세로 증가했다.
활동 시기를 연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다. 페이지도 생전에 17가지 생활수칙이 적힌 작은 카드를 늘 갖고 다녔다. ‘차가운 물은 마시지 않는다’ ‘튀긴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다’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등이 담겨 있었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들은 성적도 좋다. KBO 역사상 첫 400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은 물론 임창용은 지금도 시속 140㎞ 후반대 직구를 던지며 팀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진갑용도 최고령 홈런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고, 박정진은 한화의 필승조다. 박명환은 전성기 시절 투구를 보여주며 지난달 1789일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300홈런 기록을 작성한 이호준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이가 들면 올해 다르고 내년이 달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최근 좋은 약도 많이 나오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발전했다. 감독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단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노장의 투구 횟수나 주루 플레이를 제한하고, 재활치료 등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적화시켜주는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했다. 산소통 등 치료기기를 구비한 곳도 있다. NC 관계자는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고, 삼성 측도 “고참은 어린 선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한국 프로야구,불혹 시스템 자리 잡나…베테랑 선수들이 맹활약 이유는
입력 2015-06-25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