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1분: 전반 29분 우루과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의 옐로카드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는 출전을 강행했다.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카바니였다. 카바니는 조국과 가족 사이에서 꼬박 하루를 고민하고 25일 칠레 산티아고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줄리오 마르티네스 파라아노스에서 열린 2015 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우루과이의 근소한 우세가 예상됐지만 칠레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개최국 칠레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과 빈번한 충돌로 과격해진 경기의 양상은 카바니를 자극했다. 심판들도 은근하게 칠레의 편을 들고 있는 듯 보였다. 조국을 선택하면서 포기한 가족에 마음이 쓰인 듯 집중력도 평소보다 떨어져 있었다. 위협적인 슛은 없었다.
카바니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사이사이에 표정과 손짓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렇게 쌓인 분노는 전반 29분 봇물처럼 터졌다. 부심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위협적인 자세로 판정을 항의했다. 다소 불필요한 항의로 보였지만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FC 바르셀로나)가 2014 브라질월드컵 ‘핵이빨’ 사건을 계기로 합류하지 못한 우루과이에서 심판에게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할 만큼 경험이 많은 스타플레이어는 카바니뿐이었다.
카바니는 주심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다. 첫 번째 옐로카드였다. 카바니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메랑이 됐다. 카바니는 후반 18분 사소한 마찰 과정에서 칠레 선수를 쓰러뜨렸다는 이유로 주심으로부터 옐로카드 한 장을 추가로 받았다. 옐로카드 두 장이 쌓이면서 레드카드가 나왔다. 카바니는 퇴장 명령을 받았다. 전반전에 불필요한 수준의 항의로 받은 옐로카드가 없었으면 퇴장도 없었다. 가족까지 포기하고 출전한 경기는 63분 만에 끝났다.
승부의 무게중심은 이때부터 칠레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우루과이는 칠레보다 한 명이 부족한 10명이 뛰었다. 더욱이 카바니의 존재감은 한 명 이상이었다. 칠레는 우루과이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카바니가 퇴장을 당한 지 17분 만에 칠레의 결승골이 터졌다. 칠레는 후반 36분 마우리시오 이슬라(유벤투스)가 우루과이 골문 앞 혼전에서 때린 오른발 슛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혼란에 빠진 우루과이는 후반 43분 수비수 호르헤 푸실레(FC 포르투)의 퇴장으로 전의를 상실했다. 심판에게 두 번째 퇴장을 항의하면서 5분을 허비하고 후반 추가시간 3분에 재개한 경기에서 4분의 추가시간을 얻었지만 만회골은 없었다. 우루과이는 칠레에 0대 1로 져 8강에서 탈락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결정적 1분] “왜 그렇게까지 대들어”… 빵 터진 에딘손 카바니
입력 2015-06-25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