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결국 빚을 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예기치 못한 경기 충격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말 570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국가채무는 추경 편성 이후 58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35.7%에서 36∼37%대로 뛰게 된다.
정부가 올해 편성하는 추경 예산 대부분은 ‘적자 국채(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를 보면 1∼4월 정부의 누계 총수입은 132조8000억원, 총지출은 141조9000억원이었다.
순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9조원 적자다. 국민연금·고용보험기금 등 미래 지출을 위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세수도 부족하다. ‘세수 펑크’는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6000억원, 지난해 10조9000억원으로 3년 연속 이어졌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위해 빚을 내지 않고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다.
정부도 추경 편성 이후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추경 예산이 ‘마중물’이 돼 경제가 살아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를 위한 재정 소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만성적 추경'이 편성된다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3%를 넘어서면 적자 폭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방안, 세입 확대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재정정책으로 늘린 부채는 결국 미래 세대가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지금은 재정 확대보다는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정부, 빚 내서 급한 불 끈다…재정 건전성 우려도
입력 2015-06-25 13:08 수정 2015-06-25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