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그룹, 그리스 협상 결론 못내…25일 재개

입력 2015-06-25 09:25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을 논의하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25일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유로그룹 회의는 협상안을 최종 조율하고 합의안을 작성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그리스와 채권단이 이날 막판 충돌을 빚어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오늘 회의는 끝났다, 유로그룹은 내일 오후 1시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은 이제야 시작됐다며 이날 회의에서 합의할 것이란 낙관은 없다고 밝혔다.

한스 요르크 셸링 오스트리아 재무장관도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이날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협상에서 진전이 있지만, 아직 타결할 단계는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유로존 정상들이 지난 22일 긴급회의에서 그리스가 새로 제안한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당시 유로존 정상들은 24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합의안을 마련하면 25일 EU 정상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그리스의 협상안 수용을 거부하고 긴축 조치를 추가한 대안을 제시해 그리스가 반발하는 등 협상이 갑자기 난기류에 휩싸였다.

그리스와 IMF는 재정수지 목표에는 합의했지만, 달성 방법을 두고 대립했다.

긴축 반대를 공약해 집권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는 재정수입 증대에 초점을 맞춰 연금 삭감을 거부하는 협상안을 내놨지만, IMF는 연금 삭감 등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언론에 공개된 IMF의 협상안을 보면 연금 삭감을 거듭 요구했고, 그리스가 제안한 법인세율 인상(26%→29%)을 28%로 낮추고 부가가치세 수입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IMF는 재정지출 삭감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세수를 증대하면 성장률이 낮아져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등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프랑스 주간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리스 개혁 정책은 증세에만 의존하면 안되며 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유럽 국가들의 채무재조정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IMF 제안을 거부하고 “특정 기관들(채권단)이 거듭해서 동등한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아일랜드나 포르투갈에서 절대 없었던 사례”라며 “이런 이상한 입장은 합의에 관심이 없거나 특정 이익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치프라스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 앞서 회동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치프라스 총리와 융커 위원장은 유로그룹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이날 밤 다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