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없다”vs“풍자의 영역”…‘민상토론’, 메르스 비판하다 방통위에 제재

입력 2015-06-25 08:23
KBS 2TV ‘민상토론’ 방송화면 캡처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했던 KBS 2TV ‘개그콘서트’의 시사 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방통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는 24일 ‘민상토론’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5호를 적용, 행정지도인 ‘의견 제시’를 확정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이끄는 인터넷미디어협회(인미협)는 ‘민상토론’의 정부 비판을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송심의소위는 ‘민상토론’이 품위 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제시’는 벌점이 없는 가벼운 수준의 제재다.

야당 추천 심의위원인 박신서·장낙인 위원은 “충분히 유머로서 할 수 있는 단순 풍자 방송일 뿐”이라며 ‘문제없음’의견을 냈지만, 여당 추천 심의위원인 김성묵·함귀용·고대석 위원은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며 제재를 주장했다.

인미협이 문제 삼은 ‘민상토론’ 14일 방송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미흡한 대처 능력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그맨 유민상은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는 등 보건복지부의 허술한 메르스 예방 지침을 꼬집었다. 또 “정부가 뒷북을 쳤다” “정부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그맨 박영진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을 모른다?” “서울 시장은 잘했다?” “지자체가 나서 혼란만 키웠다?”는 등 특유의 말꼬리 잡기로 웃음을 줬다.

개그맨 송준근은 “항간에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얘기가 떠돈다. 그럼에도 방역을 위해 굳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범 국민이 있다”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마스크 논란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상토론’은 논란이 된 방송 이후 21일 결방하며 ‘외압설’에 휘말렸다. 당시 KBS측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매주 아이템 회의를 하고 완성도에 따라 방영을 결정했다”라며 “이번에는 ‘민상토론’의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녹화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의 외압설과 폐지설에 대해서는 “외압설과 폐지설은 말도 안 된다”라며 “다음 주에는 방영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