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오브더매치] “반일 네덜란드! 유럽의 한국” 울트라닛폰 응원 추태

입력 2015-06-25 06:00 수정 2015-06-25 08:18
일본과 네덜란드의 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힌 울트라닛폰과 북소리에 귀를 틀어막은 외국인 관중들.

승부를 관통한 네티즌의 한 마디. 네티즌 오브 더 매치(Netizen of the match)입니다. 한 경기를 함축한 네티즌의 기발한 발언이나 엉뚱한 해석을 소개합니다. 수위에 따라 표현의 일부를 각색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네티즌 오브 더 매치는 “역시 반일 네덜란드! 역시 유럽의 한국이다.” (일본 투채널 18wIk*****) 입니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일본 축구대표팀 서포터스인 울트라닛폰의 추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구촌 축구축제를 즐기는 즐거움마저 빼앗은 북소리의 지나친 소음으로 세계 축구팬들의 눈총을 받았다. 관중석에서 자국을 응원한 외국인까지 귀를 틀어막았지만 일본 축구팬들은 되레 “챔피언을 견제하는 반일 세력”이라며 어깃장을 놨다.

일본은 24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네덜란드를 2대 1로 제압했다. 초반부터 네덜란드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전반 10분 수비수 사오리 아리요시의 선제골과 후반 33분 미드필더 미즈호 사카구치의 추가골로 승부를 갈랐다. 네덜란드는 후반 추가시간 2분 공격수 커스텐 반 데 벤의 만회골로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힘이 부족했다.

일본은 오는 28일 에드몬톤에서 호주와 4강 진출권을 놓고 대결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간의 대결이다. 2011 독일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일본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이 많다. 일본의 4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네덜란드를 격파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졌다. 울트라닛폰 무리 속에 있는 한 남성 관중의 극성스러운 북소리가 경기장의 분위기를 망치면서 항의가 빗발쳤다. 울트라닛폰의 주변에서 일본식 응원도구로 장식한 외국인 관중들마저 귀를 틀어막거나 난색을 표한 장면도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문제의 관중은 네덜란드 응원단의 항의로 북을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다른 관중(@4JP*)이 트위터로 알리면서 일본 인터넷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에서는 북, 호루라기, 부부젤라 등 경기를 방해할 수준의 소음을 내는 응원도구의 반입을 금지할 수 없지만 관중들의 항의 수준에 따라 제지나 압수를 당할 수 있다.

일본 축구팬들은 그러나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울트라닛폰의 주변에서 귀를 틀어막은 외국인 관중과 북소리에 항의한 네덜란드 관중에게 호통을 쳤다. 일본 인터넷에서는 “일본을 응원하고 싶으면 그 정도는 각오하고 적응하라” “2010 남아공월드컵 때 부부젤라도 문제였다. 왜 일본의 북소리에만 민감한가. 챔피언을 견제하는 반일 세력이다” “앞서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네덜란드만 유난스러운가”라는 의견이 나왔다.

일본의 극우주의 네티즌인 넷우익 특유의 혐한(嫌韓) 발언도 쏟아졌다. 특히 우리나라가 거스 히딩크나 핌 베어벡 등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를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과거를 앞세운 반응이 많았다. 한 축구팬은 “네덜란드인이 한국과 축구로 교류하면서 반일감정이 얼마나 크게 쌓였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반일 네덜란드”라는 댓글도 반복적으로 나왔다.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일부 축구팬들은 “친절한 일본인,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일본인이라고 자부하지 않았는가. 그런 일본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우리를 응원하는 외국인이 귀를 막고 있을 정도면 자제 좀 하라. 북소리가 자부심인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항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