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박은선 어머니 “우리 딸은 이제 성별논란 앞에 강해졌다”

입력 2015-06-25 01:12 수정 2015-06-25 15:08
박은선 선수와 그의 어머니. 박효진 기자

“우리 딸은 이제 성별논란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박은선 선수의 어머니 이종순씨는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딸의 성별논란 앞에 강해져 있었다. 24일 인천공항에서 박은선 선수의 귀국을 기다리는 이씨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프랑스 매체 ‘20 Minutes’는 지난 22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16강전을 앞두고 “한국 선수에게 성별 논란이 있다”며 박은선을 지목했다. 매체는 “박은선이 신장 182㎝의 건장한 체구에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다. 진짜 여자인지 의심스럽다. 여성들 사이에서 뛰는 남자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씨는 “프랑스 팀에서 은선이에게 성별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성별 검사를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우리 딸과 나는 이 문제 앞에 강해졌다. 계속되는 성별논란에 이제 은선이는 미동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은선 선수는 182㎝의 신장과 중성적인 목소리, 남자선수 못지않은 체력과 파워를 지녔다. 그는 2003년 16세 청소년 아시아여자선수권 대회를 거쳐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최연소 나이로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다. 이후 2004년 아네테 올림픽과 세계 여자청소년 축구 2005년 동아시아대회에서 연이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은선 선수의 대회 출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여자축구가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국제 사회에서도 성별논란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중국대표팀 감독이었던 상루이화가 박은선의 성별문제를 거세게 항의하며 논란이 일었다. 대표팀은 박은선 선수가 2005년 실시된 검사에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이라고 확정 판정을 받은 것이 더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국제대회뿐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소속팀이었던 서울시청을 제외한 여자프로축구의 나머지 6개 구단의 감독들이 성별 논란을 거론하며 WK리그에서 뛰지 못하도록 퇴출 요구 받았다. 박은선 선수의 성별 논란은 축구계를 너머 성정체성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확대됐다.

박은선 선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자 축구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마음이 아프다. 성별 검사를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여자축구연맹은 6개 구단 감독들에게 엄중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박은선 선수는 지난해 8월 러시아 로시얀카로 이적했다. 성별 논란이 박은선의 러시아 이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이씨는 “과거 검사 결과에서도 밝혀졌듯 은선이는 다른 여성들 보다 남성 호르몬이 조금 많을 뿐이다. 평소 ‘엄마 잘자’ ‘엄마 사랑해’라며 마음 표현하는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딸이다. 성별논란으로 그동안 은선이가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이런 문제 앞에 성숙해지고 강해진 딸을 보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씨에게 박은선 선수가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신앙의 힘이 컸던 것 같다. 딸에게 항상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월드컵에서 본인도 부상으로 힘들었을 텐데 후배들을 먼저 걱정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표팀 맏언니로의 역할을 잘 하고 온 것 같다”며 기특해 했다.

한편 지난 24일 여자대표팀 귀국환영식에서 만난 박은선에게 프랑스 팀에서 제기한 성별논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답게 “괜찮다”고 짧게 답하며 시크하게 웃었다. 박은선 선수는 어머니의 말처럼 성숙하고 단단해져있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