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동행취재] 이종원·박정아·김선영, 일일바리스타로 변신

입력 2015-06-25 07:00
더착한엔터테인먼트 배우들. 월드휴먼브리지DB

굉장히 추웠던 올해 초였습니다. 더착한엔터테인먼트 강용남 대표로부터 불현 듯 전화가 왔습니다. 소속사 식구들이랑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식구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매니저들도 늘어나고 단순히 회식을 해서 단합대회를 하는 것을 떠나서 배우들과 매니저들이 함께 봉사를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몇 군데 NGO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았던 그가 문의 차 연락을 준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돈을 써가면서 1차, 2차, 3차 회식 끝판왕을 해야 뭔가 돈독하고 좀더 끈끈해지는 거 같은 행사를 치루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면서 더욱 따뜻하게 연대감을 갖고 싶다는 거죠.

당시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에서는 코피노 아동 돕기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용남 대표에게 코피노 아동을 돕는 일일바리스타 봉사활동을 제안했습니다.

강용남 대표는 배우들과 조용히 하고 싶다고 우려를 했지만 저는 이 땅의 연예인들이 선행을 실천하고 그것을 세상에 공개를 해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더 알리는 것이 선순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착한엔터테인먼트 배우들과 매니저들이 소소하게 아무도 몰래 봉사를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들의 봉사활동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코피노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거듭했고 어느덧 후끈해진 여름이 왔습니다. 6월24일 더착한엔터테인먼트 배우들과 매니저 20여 명은 인천 주안의 공익카페 파구스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배우 이종원, 김선영, 박정아, 송이우, 김태윤, 이아린, 유세형, 고윤 등이 자리했습니다. 행사는 1시에 시작이었지만 12시부터 모여서 일일 바리스타 체험을 위해 전문 바리스타로부터 교육을 받았습니다.

일일 바리스타 체험이 약간 낯설게 느껴졌는지 주전자를 어색하게 들었다 놓았다 하던 배우 이종원의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 팬들이 달려들자 순식간에 종이와 팬을 집어 들고 싸인을 해주는 싸인 신공을 발휘했습니다. 이날 팬서비스는 역시 베테랑 이종원이었습니다.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의 촬영차 먼저 행사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지만 빡빡한 스케줄에도 의미 있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했던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영화 ‘몬스터’와 ‘국제시장’에 출연해서 강렬한 인상을 전했던 배우 김선영. 충무로 씬스틸러라는 말은 그냥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그의 표정은 사뭇 비장해서 장인의 포스까지 느껴졌습니다. 김선영은 “이런 귀한 일에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다”라며 “뭔가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어차피 알려진 얼굴이라면 이렇게 좋은 일을 알리는데 쓰인다면 그것 또한 감사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초에 더착한엔터테인먼트와 한식구가 된 배우 박정아. 현재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촬영에 한창인데요. 이날 일일 바리스타로 나서 고객들의 가장 많은 애정 공세를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너무 예쁘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주시라”는 요청이 커피를 내리는 내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미소로 화답하며 바리스타의 역할을 훌륭해 해냈습니다. 박정아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문화가정과 코피노 아동에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없이 좋을 듯 하다”고 했습니다.

이날 가장 전문가다운 포스를 풍긴 배우는 송이우입니다. 전문바리스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죠. 그녀는 “드라마 ‘애자언니 민자’에서 바리스타가 되어서 카페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 전문 바리스타에게 배웠다”라며 “그때 배운 게 이렇게 봉사를 하는데 도움이 됐다니 감사하다. 오늘 제가 더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한 것 같다. 자주 이런 자리에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한예종을 졸업한 실력파 배우 김태윤과 잘 생긴 꽃미남 배우 유세형도 자리했습니다. 김태윤은 “서빙도 하고 어르신들도 뵙고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또 같은 회사 선배님들과 대표님, 매니저 형들과 함께 이렇게 뜻 깊은 시간을 보내 더 의미가 컸다”고 말했습니다. 유세형은 “코피노 문제는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라며 “회사에서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가수 배다해와 배우 박지수, 강지우가 일일 바리스타로 같은 공간에서 봉사를 했었습니다. 1년이 지나 더착한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 받아 일일 바리스타로 3시간의 시간 동안 함께 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통해 모금된 성금과 판매 수익금 전액은 월드휴먼브리지를 통해 코피노 아동지원을 위해 기부됩니다. 내년 6월 함께 할 스타들, 또 누가될지 기대됩니다.

<테너 정태성, 공익카페서 멋있는 목소리로 멋진 노래.mp4인천 남구 공익카페 파구스20호 주안점에서 열린 코피노 돕기 모금음악회와 일일 기부데이 행사에 참석한 테너 정태성.#코피노 #정태성

Posted by 국민일보 on 2015년 6월 24일 수요일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