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비노 계파 갈등 전면전 비화...野 분당 현실화 되나

입력 2015-06-24 19:41

새정치민주연합내 계파갈등이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내홍 수습을 위한 당직인선이 오히려 분란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이종걸 원내대표 등 비노계 인사들이 사무총장 임명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무더기 불참하면서 '반쪽' 회의로 열렸다.

심지어 새로운 당직을 맡기로 한 비노(비노무현)계 인사들로부터 당직 수락을 받았는지를 두고도 말이 엇갈렸다.

비노진영은 문 대표를 겨냥해 "당을 분열시키는 인사를 했다"고 거센 비난을 쏟아내며 반발했고, 당 안팎에서는 이를 계기로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신당론'이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당직인선을 매듭짓고 산뜻하게 재출발하려던 문 대표의 기대와는 반대로, 이날 새정치연합에선 메르스 정국 이후 잠잠해지는 듯 했던 계파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비주류 측에서는 "당이 반으로 쪼개졌다"는 푸념이 나오는 등 하루종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의 후폭풍이 당에 몰아쳤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 사무총장 인선에 대해 항의를 드러내며 '투톱'이 정면충돌했다.

설상가상으로 김관영 수석사무부총장이나 박광온 비서실장 등 '임명장'을 받아야 할 신임 당직자 중 비주류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이들 인선 과정에 당사자들의 수락을 받았는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발표 전에 승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관영 의원 측은 인선 당일 문자메시지로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일단은 당직을 맡되 다른 수석사무부총장 적임자를 찾아보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광온 의원 측도 확실한 수락의사를 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선이 발표됐다는 입장이며, 안규백 신임 전략홍보본부장도 기자들과 만나 "인선에 대한 사전통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말이 엇갈리면서 이미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안철수 전 대표와 만남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고, 이번 인선에서도 이 원내대표와 말이 180도 다르다"며 "문 대표에게는 통역이 필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주승용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탈한 상태에서 주요 당직자 인선조차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며 사실상 지도부가 붕괴직전으로 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직인선 후유증과 관련, "뭘 더 어쩌라는 건가. 시간이 필요하다"라면서 "잘 될텐데 왜 그렇게 걱정을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최 신임 사무총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회의에서) 취임 인사도 안했다"면서 "(앞으로) 잘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최 의원은 비공개회의에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을 많이 바라는 것 같다"며 "헌신·혁신·교신(소통)을 잘 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사무총장 인선을 매듭지은 만큼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내며 상황을 추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책위의장의 경우 지도부는 강기정 의장의 유임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비주류 측의 반발이 거세진다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당직인선 발표 직후부터 "선전포고"라며 반발한 비주류 진영은 이날도 지도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호남 중진인 박주선 의원은 "화합과 결속을 하려면 중도적 인사를 (기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친노의 힘만 키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날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 의원도 "당을 분열시키는 인사이자,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역행하는 인사"라고 했다.

주 의원은 문 대표와 전날 만찬을 했으며, 주 의원과 갈등을 겪었던 정청래 의원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 의원의 당무복귀를 거듭 요청했으나 주 의원은 거부했다.

전날 최 의원에 대한 비방 문자메시지로 논란이 된 김한길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원내대표가 보내달라고 요청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비주류 진영의 집단반발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은 이날 오찬을 함께 했고, 오후에도 의원회관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의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집단 항의표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25일 의총을 열기로 해, 비주류 인사들의 집단반발이 터져나올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내홍이 최근의 '천정배 신당론'과 맞물리면서 당내 원심력이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거세지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분당의 빌미를 주지 않는 인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실망을 안겼다. 향후 여러 동지들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남겼다.

박 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분열해서 패배하지 말고 통합·단결해서 승리의 길로 가자고 문 대표에게 충고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