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모전은 신예 창작자들의 등용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사이에서는 공모전에 창작물을 내기 두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이디어나 시놉시스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작가들이 모인 커뮤니티나 취업 카페에는 “공모전에 제출한 창작물이 교묘하게 도용된 것 같다”는 토로가 적지 않다. 대부분 ‘지망생들의 열폭(열등감 폭발의 줄임말)’ 정도로 넘어가지만 언뜻 보기에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도 있다.
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은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신인이나 지망생의 미숙하고 조악한 아이디어라도 작품에 사용됐을 경우 어느 정도의 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예 다른 버전의 이야기가 되더라도 작품에 소재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명시될 경우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유력한 제작자들의 도덕성에 내 작품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며 “이런 식으로 논란이 계속된다면 이들이 제시한 창구를 통해 드라마를 쓰려는 사람들이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많은 창작자들이 웹소설이나 웹툰 등 여러 창작 포맷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인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 사이에는 공모전에 자신의 작품을 제출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정설처럼 퍼져 있다”며 “방송국에서 신인작가들의 아이디어만 교묘하게 베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신인작가의 아이템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을 베끼는 경우도 많다”며 “판권을 사올 때 금액과 절차를 따져 보면 훨씬 복잡해질 가능성이 많아서 아예 ‘대충 저렇게 베껴’라고 작가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국내 작품 역시 판권 계약 등에 있어서 양쪽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판권 논의를 하다가도 중도에 없던 일로 하는 경우도 많고 비슷하게 자체 제작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인 작가들의 표절 논란은 당시에만 이슈가 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사라진다”며 “힘의 논리 때문에 신인작가들이 아이디어를 뺏길까봐 공모전이나 방송국에 시놉시스도 제출하지 못 하는 이런 현실이 참담하다”고 전했다.
KBS 2TV ‘너를 기억해’에 제기된 표절 의혹은 제작진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해명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아직 방송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이 남아 있다. 대중문화계에 만연한 도덕불감증 탓에 작가를 지망하는 창작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라효진 조경이 기자 surplus@kmib.co.kr
‘표절 논란’에 얼룩진 방송가…창작자들은 웁니다
입력 2015-06-24 18:06 수정 2015-06-25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