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에머슨 고교에서 이달 초 교실 수리 작업을 하다가 ‘100년 전의 놀라운 칠판’을 발견했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판은 교실의 벽 속에서 발견됐다. 이 칠판의 발견으로 이 학교는 갑자기 고고학 발굴 현장이 됐다고 NPR은 전했다. 이 학교는 1890년대에 지어졌다.
특히 칠판에는 여러 색깔의 분필로 그린 그림이 남아 있었는데, 놀랄만큼 그대로 잘 보존돼 있었다. 한 소녀가 분홍 드레스를 입고 칠면조에 모이를 주는 장면이었다(사진). ‘1917년’이라고 적혀 있어 이 그림이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추수감사절 때 미 대통령이 칠면조 한 마리를 살려주는 전통인 ‘칠면조 사면’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그렸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림 실력이 뛰어난 교사가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칠판 다른 편에는 빨간색 둥근 원의 안팎에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져 있는데, 아직은 전문가들도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청결을 유지하라는 지시사항과 음악 및 도덕수업 관련 내용, 단어공부용 어휘 목록 등이 적혀 있었다. 단어 중에는 말을 세울 때 ‘워’하고 내는 소리인 ‘whoa'도 있었는데 당시 말을 자주 타고 다녔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수업이 끝나면 칠판을 지우기 마련인데 왜 그대로 남겨뒀을까. 이에 대해 에머슨고 수학 교사인 쉐리 리드는 “학교 증축을 앞둔 상황에서 100년 전 사람들이 ‘지금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걸 배웠단다’하고 우리 같은 미래의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남겨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100년 전 칠판의 미스터리
입력 2015-06-24 16:52 수정 2015-06-24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