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부권 정국’을 앞두고 원내 현안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거부권이 실제 행사되기 전까지는 입을 다물겠다는 입장이다.
유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1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 당정이 전날 발표한 서민금융지원책, 사학연금법 개정 등 원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운명의 날’인 25일에도 그는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한 당정 회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문구를 수정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된 뒤부터 이 사안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도 회의 후 기자들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말하지 않겠다”며 침묵했다.
그의 침묵에는 고심이 묻어있다. 일단 유 원내대표는 거부권이 행사되면 원칙대로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뜻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당에서도 거부권 행사시 재의결에 부치지 않고 법안을 자동 폐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상당하다.
문제는 그의 거취문제다. 비박(비박근혜)계는 그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도 책임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에 상대로 중재에 나서며 정면충돌을 막기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도 오전 라디오에 나와 “당 내에서는 여러 가지 논란을 야기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분들도 있다”며 “당 내 중지를 모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강경 의원들은 거부권 행사를 신호탄으로 낙마 공세를 펼 태세다.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 던질 정치적 메시지의 수위에 달려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친박 의원은 “(거부권 행사시)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명하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 역시 거취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진사퇴나 재신임을 묻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거부권 행사 앞두고 침묵하는 유승민
입력 2015-06-24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