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일단 25일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역시 헌법 위배 소지가 제거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며 “위헌 논란이 있는 법안을 대통령에게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은 그만두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중재로 문구가 수정되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가 사라진 게 아닌 만큼 정부 입장 역시 바뀔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사법부의 명령·규칙심사권을 침해하고 따라서 행정부 기능 마비를 불러올 소지가 많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청와대는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해진 수순이라면 이를 일부러 늦출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상징적인 측면에서라도 직접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25일 예정된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이고, 다음 회차인 30일 국무회의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순서다.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이뤄질 수 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통령 재의요구 시한과 관련, 관련 법률에 정부 이송 당일인지 또는 또는 다음날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법제처로 송부됐다. 이송 당일로 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9일까지, 이송 익일로 계산하면 30일이 시한이다. 국회 일각에선 이송 당일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추가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청와대에서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것을 재가 하기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확실히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단호히 밝힌 바 있다.
거부권 행사 절차는 간단하다. 국무회의에 국회법 개정안 공포안과 재의요구안을 나란히 안건으로 올리고, 두 안건에 대한 설명과 국무위원 토론을 거쳐 공포안을 부결시키고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된다. 다만 문제는 후폭풍이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박 대통령 또는 새누리당이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청와대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대통령 결국 거부권으로?…‘늦출 필요없다’ 속 파장 최소화 고민
입력 2015-06-24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