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와 서해 5도 등 인천 섬 지역이 장기간에 걸친 가뭄으로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생활·농업용수는 물론 식수마저 부족한 가운데 지자체와 군부대까지 나서 급수를 지원하고 있지만 섬 주민들의 사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강화 지역의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강우량은 135.6㎜로, 예년 평균 375.6㎜의 3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강화 지역 저수지 31곳의 평균 저수율은 7.6%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옹진 섬 지역(서해 5도 포함)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이 지역 강우량은 예년 평균 강우량 256.8㎜의 52% 수준인 133.5㎜를 기록 중이다.
옹진 섬 지역의 평균 저수율은 고작 5.7%로 강화도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주말 인천 지역에 소나기가 한차례 내렸지만 공교롭게도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화도와 옹진 섬은 비켜갔다.
지난 20일 강화도 북부지역인 교동면에만 37.5㎜의 비가 내렸을 뿐 가뭄이 심각한 양도면과 불은면에는 각각 7.5㎜와 3㎜의 비가 내리는데 그쳤다.
일부 바닷가 농지에는 바닷물이 강으로 유입돼 소금기가 질퍽한 염분 피해까지 입고 있다.
가뭄이 장기화하자 지자체, 소방서, 군부대까지 총동원돼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바짝 말라 타들어가는 논·밭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말부터 강화도 지역에 매일 소방차량 10여대를 투입해 270여 차례에 걸쳐 1980t의 물을 지원했다. 그러나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강화도 농민 김모(63)씨는 “주민들끼리 논에 서로 물을 대려고 고성이 오가는 일도 있다”며 “쩍쩍 갈라진 논바닥만큼이나 민심도 갈라졌다”고 토로했다.
강화도의 농업용수가 절대 부족한 반면 옹진군 섬 지역은 생활용수와 식수가 턱없이 모자라다.
현재 옹진군에서 제한 급수를 하는 마을은 총 14곳이다. 연평도와 대청도, 자월도 등이다. 하루 1∼6시간씩 제한된 시간에만 물이 나온다. 이들 섬 마을 주민 3800여 명이 고통을 겪고 있다.
가파른 지형적으로 지표수가 모일 수 없어 생활용수가 특히 부족한 소연평도에는 별도로 육지에서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옹진군은 지난 3월 19일부터 소연평도에 꽃게잡이에 나선 민간 어선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까지 39차례에 걸쳐 1812t의 물을 공급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연평어장의 금어기가 시작돼 운항을 하지 않음에 따라 민간 꽃게 어선을 이용한 물 공급도 중단될 전망이다. 옹진군은 해군 부대의 협조를 받아 물 운반이 가능한 함정을 이용할 계획이다.
광역상수도가 공급된 영흥면을 제외하고 수난을 겪는 옹진군내 6개 면에는 최근까지 1.8ℓ짜리 생수 9만3100여병이 공급됐다. 그러나 7월까지 가뭄이 해갈되지 않으면 생수 10만병 이상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연평도 주민 장모(58)씨는 “제대로 씻지를 못하면서 육지에 있는 아들이나 딸 집으로 잠시 옮긴 주민도 있다”며 “매일 하늘만 쳐다보고 장마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군인아파트 등 일부에서만 제한급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인천 강화도, 옹진군 섬지역 ‘가뭄 극심,하늘만 쳐다본다’
입력 2015-06-24 16:23 수정 2015-06-24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