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 쌈짓돈 5000만원 쾌척

입력 2015-06-24 15:49
“일본이 배상하면 한 푼도 안 쓰고 전부 딱한 사람들에게 바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라. 그래서 얼마 안 되지만 이거라도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어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가 광복·종전 70주년을 맞아 분쟁지역 피해 아동과 평화활동가 양성에 써달라며 그동안 모은 재산 5000만원을 쾌척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184차 수요집회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이 돈을 전달했다.

김 할머니는 같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7)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을 받으면 전쟁 중 성폭력을 당한 여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2012년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가 배상하지 않자 시민들의 기부로 나비기금이 조성됐고,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와 내전 피해를 입은 콩고 여성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방한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에서 김 할머니, 길 할머니와 이용수(87) 할머니를 만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자이드 대표는 “유엔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협은 25일 김 할머니와 미국에 가서 워싱턴DC, 클리블랜드, 로스앤젤레스 등지를 돌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김 할머니의 미국행 여비 700여만원은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