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해 20여년간 사무직으로 일했던 A씨(52)는 2013년 3월 회사 측으로부터 “대리점 영업사원으로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는 2009년 회사 구조조정 이후 A씨와 같은 관리자급(차장·부장) 직원 비율이 전체 인력의 약 45%에 달했다. 회사 측은 “역량과 성과가 저조한 관리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A씨는 2년 전부터 실질적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그는 2011년 인사평가 등급이 낮은 ‘저성과자’ 23명에 속했다. 회사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역량 향상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평가에서 상위 50%(12명)을 기록한 직원은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났지만, A씨를 비롯한 11명은 대기발령 됐다. 대기발령 인원 중 6명은 얼마 못 버티고 스스로 사표를 냈다.
A씨는 대기발령 상태에서 6개월을 버텼다. 이전 부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휴업 발령’이란 형태로 바꿔 4개월간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 곧이어 A씨를 비롯한 5명의 관리직 직원을 대리점 영업직으로 전환했다. 구매팀·시스템연구팀 등 사무직에서 일했던 이들 5명은 하루아침에 자동차 영업사원이 됐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급여는 기존 임금의 50% 수준이었다.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받기 위해선 한달에 차량 2대를 팔아 성과급을 받아야 했다. A씨 등은 전시된 차량도 없는 일반 사무실에서 전화로 차량 판매 영업을 했지만, 1년3개월간의 판매 실적은 자동차 2대였다. 그것도 A씨와 또 다른 동료 1명이 한대씩 산 자동차였다.
이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 전직을 구제해달라”고 신청했다. 중노위는 부당전직이 맞다고 판정했다. 쌍용자동차 측에 “A씨 등을 원직 복직 시키고 전직 기간의 정상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해 재심 판정을 신청했다. 재심 요청이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광태)는 쌍용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 전직 구제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영업직 전직 처분은 엄격한 해고 요건을 피하면서 희망퇴직을 압박해 근로관계를 종료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높다”며 “A씨 등은 신설된 영업직에 배치돼 종전과 다른 업무를 담당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부담과 업무상 어려움을 느꼈을 것은 물론이고, 자존감이나 명예심 역시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희망퇴직’ 압박하며 사무직에서 영업직 발령…항소심 법원도 “부당 전직에 해당”
입력 2015-06-24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