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 정치색 ‘연평해전’-‘소수의견’… 누가 웃을까

입력 2015-06-24 13:14

정치색이 다른 영화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이 24일 나란히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이념 논쟁이 벌어질 기세다.

두 영화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발생한 제2 연평해전을, ‘소수의견’은 2009년 1월 벌어진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제2 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린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우리 해군 참수리 357호정을 기습 공격해 발발한 해상전투다. 당시 우리 군은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김무열 진구 이현우가 주연한 영화는 희생된 대원들의 전우애와 그들 가족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뤘다. 김학순 감독은 “정치적인 해석이나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며 “분단이라는 현실로 인해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엔 대통령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사자 장례식장 대신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정권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관객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

‘소수의견’은 강제 철거 현장에서 죽은 16세 소년의 아버지가 진압 중 사망한 20세 의경의 살인자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법정 공방을 다룬 작품이다. 윤계상 김옥빈 이경영이 주연한 영화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변호팀의 치열한 갈등을 그렸다.

이명박 정권 당시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용산참사가 모티프가 됐다.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한 참사였다. 당시 검찰은 “점거농성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며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묻지 않고 철거민과 용역업체 직원 등 27명을 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영화는 정치적 화두를 던지기보다 법정 드라마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념 논쟁을 피하긴 어렵다. 이미 2년여간 개봉이 미뤄지면서 “정권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다. 2013년 6월 촬영을 마친 ‘소수의견’은 배급사를 CJ엔터테인먼트에서 시네마서비스로 옮긴 뒤에야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연평해전’ 역시 개봉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역시 CJ와 투자배급을 논의했던 영화는 뉴(NEW)가 배급을 맡아 개봉했다. 제작비 부족으로 촬영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펀딩으로 20억원을 충당해 만들었다.

당초 ‘연평해전’은 지난 10일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메르스 여파로 인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개봉일을 연기했다. 미묘하게 닮은 듯 다른 두 영화의 운명적 대결이 주목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