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직전 영화사 대표 16억 사기 대출… 무역보험공사, 18억 한도 보증

입력 2015-06-24 10:00
사실상 폐업 직전의 영화사 대표가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을 통해 16억원 사기대출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모뉴엘 사기대출 때 악용된 신용보증제도의 허점이 문화콘텐츠 부문에서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영화사 ‘오름’ 대표 정모(42)씨와 실소유자 한모(48)씨는 2013년 2월 무역보험공사를 찾아 “18억원 한도의 연대보증을 서주면 대출을 받아 영화 ‘심여사킬러’를 만들겠다”고 했다. 영화사는 앞서 2012년 제작한 영화 ‘반창꼬’가 수익을 못 내 빚만 12억원 쌓인 상태였다. 직원들 급여, 사무실 임차료는커녕 이전 영화감독에게 보수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씨와 정씨의 개인채무는 각각 3억7000만원, 3000만원에 달했다. 영화사는 2010년부터 적자였다.

무역보험공사 직원들은 이런 영화사에 속아 18억원 한도의 수출신용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한씨 등은 국민은행에 이 보증서를 내고 16억원을 빌렸다. 결국 원리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무역보험공사가 고스란히 물어내야했다. 이들이 빌린 돈은 영화제작이 아닌 채무변제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단장 황보중 서울고검 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정씨와 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무역보험공사는 2007년 12월 문화콘텐츠 보증 사업을 시작한 후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 ‘국가대표’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11년 9월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에 보증을 섰다가 30억원을 날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원을 중단했다. 사업은 이후 열악한 영화계 사정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2012년 5월 재개됐다. 정부는 2013년 9월 무역보험공사의 문화콘텐츠 보증규모를 2017년까지 7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