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A씨가 지난 22일 ‘신도리코와 필경사’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확산됐습니다.
A씨는 신경숙씨가 표절 의혹과 관련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서 김상 시인을 거론했습니다. 김상 시인은 신경숙씨와 동년배이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동기였다는군요. 김상 시인은 좋은 글이 있으면 항상 손으로 옮겨 적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시인이라기보다 필경사에 가까웠다. 좋은 글이 있으면 항상 손으로 옮겨 적었다. 그가 그렇게 옮겨 적은 글이 담긴 수첩과 대학노트가 30여 권이 넘었다. 그의 행동은 흔히 필사라고 부르는 문학지망생이 좋은 글을 쓰는 훈련법으로 학교에서 권장됐다.”
A씨는 김상 시인이 동문회의 밤 행사 때 신경숙씨가 온다는 소식에 ‘신도리코도 와?’라며 이죽거렸다며 그의 비아냥이 못마땅해 대들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김상 시인이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 신경숙씨의 표절을 알려주었다고 하네요.
“3면 벽을 책으로 둘러싼 자취방에서 김상 시인은 내게 신경숙의 소설과 다른 작가의 소설들을 번갈아 비교해 보여줬다. 신경숙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몇몇 동문들의 시와 소설을 보여주고 비슷한 구절이 적힌 다른 책들도 보여줬다.”
A씨는 당시에는 대선배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김상 시인이 싫었다고 고백했는데요. 이후 김상 시인과 멀리 지냈던 A씨는 지난해 9월 김상 시인의 부고를 접했다고 합니다. 김상 시인은 길거리 싸움을 말리다 하반신 마비로 5년 전부터 고생했고 끝내 암으로 숨졌다고 하는군요.
네티즌들은 A씨의 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현재까지 21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네요. 댓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게 현실이라니 안타깝네요.”
“공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래 읽은 글 중 가장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글이네요. 다음이 뒤숭숭해지네요. 공유해가겠습니다.”
신경숙씨는 전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내 소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출판사와 상의해서 전설을 작품집에서 뺄 것이며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그러나 신경숙씨의 해명조차 표절을 인정한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