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도 ‘남부기’ 퇴출에 가세…미국 남부로 번지나

입력 2015-06-24 00:5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이어 미시시피 주도 남부연합기 퇴출에 가세하면서 이 운동이 미국 남부로 번질지 관심을 끈다.

23일(현지시간) 지역 신문인 클레리언 레저에 따르면 필립 건 미시시피 주 하원의장은 전날 밤 미시시피 공식 주(州) 깃발에서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엠블렘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를 기억해야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우리를 규정토록 해서는 안 된다”면서 “주기(旗)의 교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레리언 레저는 건 의장이 남부연합 엠블렘을 주기에서 빼자고 주장한 미시시피 주 최초의 선출직 공화당 인사라고 의미를 뒀다.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한 청년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참사가 발생한 뒤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2일 남부연합기를 주의사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남부기 퇴출 운동에 불을 지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필두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항공기 업체 보잉, 타이어 업체 미셸린, 포장용품 업체 소노코, 에너지 업체 스카나도 남부기 철폐 움직임을 지지하는 등 언론계·산업계가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남북전쟁(1861∼1865년)에서 패한 남부군이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며 전후에도 남부연합기를 사용하는 것에 반감을 품어온 일반 시민도 찰스턴의 참사를 계기로 남부기 퇴출 운동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미시시피 주 토박이인 제니퍼 건터는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무브온닷오르그’(moveon.org)에 미시시피 주기에서 남부연합 엠블렘을 빼자는 청원을 냈다.

미국 중부시간 22일 오전 9시 현재 1만명을 목표로 한 서명에 8400명이 동참했다.

건터는 클레리언 레저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당 앞에 펄럭이는 미시시피 주 깃발을 보며 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미시시피 주의 공식 기가 아니라는 얘기를 한다”면서 “지금이 바로 남부연합의 엠블렘을 주기에서 빼야 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을 철회하라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청원이 40만명을 넘은 것에 비춰볼 때 건터는 최소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미시시피 주 의회와 필 브라이언트 주지사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BC 방송과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주기에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엠블렘을 넣은 남부 주는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7개다.

텍사스 주는 특이하게 그간 주 영토를 지배한 스페인, 프랑스, 멕시코, 텍사스 공화국, 현재 미국 성조기 등 5개 기와 남부연합기 등 총 6개를 주기로 사용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