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추도식서 아베 총리에 야유…미군기지 갈등

입력 2015-06-23 22:19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주일 미군 기지 문제로 정부와 갈등상태인 오키나와를 찾아갔다가 비판 발언을 듣고 야유까지 당했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키나와 전투 종결 70주년을 맞아 오키나와현 이토만시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가했다가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 지사가 작심하고 면전에서 던지는 비판 연설을 들어야 했다.

오나가 지사는 추모 행사의 식순에 따라 이뤄지는 평화 선언에서 “국토 면적의 0.6%에 지나지 않는 본현(오키나와)에 미·일 안전보장체제를 담당하는 미군전용 시설의 73.8%가 집중돼 여전히 과중한 기지 부담이 주민의 생활이나 현의 진흥 개발에 여러 가지 영향을 계속 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설에 관해서는 작년 선거에서 반대하는 민의가 표시됐으며 헤노코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 내부에서 옮기려는 아베 정권의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오나가 지사는 ‘후텐마 비행장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헤노코로 옮긴다’는 일본 정부의 생각을 주민들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다며 기지 이전 공사 중단을 촉구했고 이에 호응하는 박수가 쏟아졌다.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이 참석한 행사에서 예상치 못한 비판에 체면을 구긴 아베 총리는 인사말 하는 순서에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3월 말에 미군 기지 시설로 사용되던 후텐마 비행장 인근의 토지 일부가 반환된 것을 성과로 거론하고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경감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는 아베 총리에게 ‘돌아가라’고 야유를 내뱉었다.

일본 언론은 오키나와 지사가 추모 행사의 평화 선언에서 기지 반대를 주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아베 정권의 미군 기지 정책에 대한 오키나와 지역의 반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오나가 지사는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외부로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구상(기지 현내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 국방부 당국자를 직접 만나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