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양화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임자혁(39) 작가는 일상의 느낌을 밝고 신선한 드로잉 작업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스쳐 지나가는 것에 주목하며 흔하게 볼 수 있는 주변의 사물에서 이미지를 발견하고 드로잉을 한다. 그의 손을 거치면 일상적인 사물은 특별해지고 화면 속 이미지들은 다소 낯설게 보이기도 하고 위트 넘치는 형상이 된다.
그는 세상을 클로즈업하듯 작은 부분에 주목한다. 작은 이미지를 반복하기도 하고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이미지를 단순화하고 생략하기도 한다. 색을 통해 변형하거나 과장하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은 대상을 자세히 관찰해 보는 계기가 되며, 그리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의 개인전 ‘조금 이상한 날’이 서울 종로구 북촌로 누크갤러리에서 6월 24일부터 열린다.
작가가 펼쳐 놓은 화면 안에는 봄에 꽃잎이 화초 위를 덮는 모습도 있고, 나무가 집의 창문을 다 가릴 만큼 커진 풍경도 있다. 소화기가 모두 밖으로 나와 모여 있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균일하게 서 있는 가늘고 긴 자작나무들 가운데 쓰러진 나무도 보인다. 쓰러진 나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에 대한 메시지라고나 할까.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손에 익은 테크닉에서 벗어나고자 작고 다양한 작업들을 힘주지 않고 계속해서 그렸다고 한다. 그리다 보니 드로잉 노트가 늘어나고 부담 없이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상상 이상의 큰 작업을 하고 싶으면 벽 드로잉을 하기도 한다.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작업이다.
우연히 만나는 장면을 포착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덧칠해 해석하는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관람객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천천히 알아채고, 흥미를 느끼며 자신의 생각을 더해 또 다른 해석을 낳기도 할 것이다. 그의 드로잉은 달리 보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재미있게 보이기도 한다. ‘조금 이상한 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인왕산 자락과 삼청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누크갤러리의 1층에는 작은 드로잉이 줄지어 걸려 있다. 각기 다른 곳, 각기 다른 계절과 시간에 작가가 주목하는 풍경을 엿볼 수 있다. 2층에는 아래층에서 본 그림의 부분을 확대해 프린트한 작품이 전시된다. 세상의 구석은 그림으로 들어오고 다시 그림의 구석을 또 다른 그림으로 끌고 오는 듯하다. 7월 23일까지(02-732-724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일상을 드로잉하는 임자혁 작가 ‘조금 이상한 날’ 개인전 서울 북촌 누크갤러리 7월 23일까지
입력 2015-06-23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