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고리 푼 한·일, 동북아 정세 구도 깨나

입력 2015-06-23 16:41
꽉 막혔던 한·일 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서 동북아 지역정세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한·중 밀월 대 미·일 신(新) 밀월’의 구도가 깨지고,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 고리가 급속히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다시 한번 박근혜정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외교전을 펼치면서,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매개로 한 미국과의 ‘세계2강(G2)’ 대결 구도를 더욱 선명히 하는데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물꼬를 튼 한·일 관계개선 기류의 연착륙을 도모하면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추가 도발과 한국 자극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분간 한·미·중·일 사이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치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이 같은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주일·주한 양국 대사관 주최 수교 50주년 기념리셉션 교차 참석 이튿날인 23일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이 한·일의 움직임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놨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논평을 통해 “우리는 역내 국가들의 강력하고 건설적인 관계가 그들의 이익은 물론 미국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믿는다”면서 “(한·일은) 분명히 더 넓고 깊은 관계로 진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참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까지 이어지길 원한다는 메시지로 분석이다.

반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일 관계개선 기류가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아니라 추가 악화를 방지하려는 ‘소극적 행위’라고 폄하했다. 이 매체는 “양국이 외교적 돌파구를 찾고 있긴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대표되는 역사현안은 해결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라는 국내여론과 미국의 압력으로 한·일 관계개선 기류가 나왔다”고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은 분명하게 ‘버락 오바마 미국’의 압박전략이 박근혜정부와 아베 정권의 접근 뒤에 놓여있다고 보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공 들여왔던 한·중 밀월보다는 대일(對日) 관계 개선을 통한 삼각 안보동맹 제고에 더욱 치중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관건은 한·일 간의 위안부 문제 해결 협상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위안부 문제에서 어떤 성과물을 얻느냐가 ‘완전한’ 양국관계 복원은 물론, 동북아 정세의 전체구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아베 총리가 종전 기념일인 오는 8월 15일을 전후로 발표할 이른바 ‘아베 담화’ 내용도 중요한 변수다. 벌써부터 미국 외교가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포함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래야만 박근혜정부의 대일 관계복원 기조에 ‘명분과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