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왜 안되나 했더니...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입력 2015-06-23 16:33
국민일보DB

지난해 3월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규제완화 1호’로 지목했던 ‘푸드트럭’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태도 탓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손톱 밑 가시를 뽑을 것을 주문했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지레 짐작해 이행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화물차에서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은 자동차 구조 변경과 식품 판매 허가 규제 탓에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대폭 완화해 청년 창업 등을 유도할 것을 주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했고, 국무조정실이 업무를 총괄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0월 푸드트럭 영업가능 지역을 대폭 확대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내 시행토록 했다.

당장 전성시대가 올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성과가 나지 않았다. 매뉴얼 상 푸드트럭 사업자는 각 지자체의 시설관리부서가 입지를 검토한 후에 공모를 통해 선정하게 돼있다. 그런데 16개 시·도 감사결과 경기도 고양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에선 입지 검토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매뉴얼’ 자체가 지자체 식품위생과로만 전달됐을 뿐 시설관리부서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80%에 달했다. 이를 전달받았더라도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거나, 매뉴얼 접수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이 탓에 지난해 12월까지 유원 시설 등에 대한 푸드트럭 영업신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 감사원은 국무조정실에 지자체의 입지검토 실태를 파악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헛바퀴가 돈 규제완화 대책은 더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산업재해예방 시설 설치 등이 의무화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따라 투자비용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환경개선자금 융자사업’의 경우 대출 담보를 반드시 제공토록 하는 등 워낙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지난해 말까지 5개 사업장에 14억여원의 예산만 집행했다. 예산 집행률은 고작 11%에 그쳤다. ‘산업재해예방시설 융자사업’은 실적이 ‘0원’ 이었고,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사업’도 예산의 0.2%인 1억6000만원만 지원됐다. ‘문턱’만 잔뜩 높여 놓고 생색만 낸 셈이다. 감사원은 환경부에게 실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투자활성화 관련 15개 법률의 개정 사항과 조례 반영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결과 161개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 대상 1839건 중 절반이 넘는 957건(52%)이 개정되지 않아 법령 개정의 실효성이 저해되고 있었다. 이에 행정자치부장관 및 법제처장에게 자치법규정보시스템과 국가법령정보센터를 연계·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