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격언 중 ‘타격은 슬럼프가 있어도, 발은 슬럼프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안타와 달리 주루 플레이를 하는 센스와 스피드는 한결 같다는 얘기다.
도루는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게 아니다. 상대 투수를 압박한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투수는 제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도 한몫하면서 팀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 22일 현재 1, 2위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도루 수에서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NC는 가히 압도적이다. 102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삼성(70개)에 한참 앞서 있다. ‘육상부 지도 전문’으로 유명한 김경문 감독의 역할이 크다. 과거 김 감독이 지휘한 두산 베어스도 2006년(132개), 2007년(161개), 2008년(189개) 등 3시즌 연속 팀 도루 1위를 달성했다. NC는 성공률도 높다. 129번 시도해서 27번만 실패하며 79.1%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테이블 세터인 1, 2번의 발 빠른 선수부터 중심 타선 에릭 테임즈, 나성범까지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출루하면 일단 뛴다. 도루 순위 10위 안에 4명이 NC 선수다.
삼성도 ‘뛰는 야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7번 타자에서 최근 1번 타자가 된 박해민이 주도하고 있는데 숨은 공신은 김평호 주루 코치다. 투수의 볼 배합과 상대 내야진 위치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눈길을 끄는 건 꼴찌 kt 위즈다. 순위는 최하위지만 도루만큼은 10개 구단 중 68개로 3위다. 팀 타율 0.254, 홈런 46개 등 타격 주요 부문이 최하위인 것과 전혀 다르다. 다만 성공률이 68%로 5위에 머물러 있고, 주루 사(死)도 36번이나 돼 가장 많다.
그럼에도 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한 kt의 캐치프레이즈는 Fast(빠른)와 Festival(축제)의 합성어인 ‘Fastival’이다. 달리는 야구, 신나는 야구로 팀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선수 간 도루 경쟁도 치열하다. 박해민(삼성)과 박민우(NC)가 25개의 도루를 해 공동 1위다. 3위에는 23개의 kt 이대형이 올라있다. 박해민의 강점은 정확성이다. 30개 중 5번만 실패해 성공률 83.8%나 된다. 박민우는 성공률 71.4%로 박해민과 이대형(71.9%)에 비해 떨어지지만 일단 출루하면 뛰기 때문에 상대팀 배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대형은 올 시즌 ‘대도 본능’을 깨웠다. 2007~2010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뒤 주춤했다. 100m를 11초에 뛰는 빠른 발과 긴 다리가 장점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숨은 경쟁, 올 프로야구 대도는 누가 될 것인가
입력 2015-06-23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