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타결 임박, 타결돼도 걱정

입력 2015-06-23 16:27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달린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구제금융 협상이 25~2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이전보다 진전된 새 협상안을 제출했고, 채권자들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어서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U 정상들은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그리스가 제출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논의했다. 정상들은 대체로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하면서 24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세부 검토를 거쳐 25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재논의키로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양측 입장이 어느 때보다 많이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합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새 협상안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기대에 못미친다”고 언급했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합의하려면 아직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여지를 뒀다.

그리스는 새 협상안에서 향후 2년간 80억 유로(약 9조9600억원) 규모의 징세와 긴축정책을 통해 올해와 내년의 재정수지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51%와 2.87% 개선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체로 채권단의 요구에 부합하지만 긴축계획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집행될지에 대한 채권단의 판단이 협상 타결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타결로 그리스가 지금 당장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을 모면하더라도 경제의 근간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위기는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결국은 채권자들이 그리스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독일에선 그렉시트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질서 있는 그렉시트’를 택하자는 목소리도 많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