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따내면 더 행복할 것이다.”
한국 귀화를 추진하는 케냐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가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루페는 “안녕하십니까, 에루페입니다. 한국 이름은 오주한입니다”라고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귀화 절차를 잘 마무리해 한국인이 되고 싶다. 한국인이 되어서 한국 마라톤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에루페의 대리인 오창석(53)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지난 17일 청양군체육회와 입단 계약을 했다. 연봉은 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에루페는 25일 청양군청에서 입단식을 가질 계획이다. 에루페는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을 가진 한국인 이름도 지었다.
에루페는 4차례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는데 모두 한국에서 열린 대회였다.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23초로 정상에 오른 에루페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분37초로 대회신기록을 세웠고, 그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 3월 15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 다시 출전한 에루페는 2시간6분11초로 우승했다.
에루페는 3년 전 한국 귀화를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2012년 말 도핑 테스트에 걸려 2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으면서 귀화가 무산됐다. 오 교수는 “케냐 버스에서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며 “약물 문제는 정말 깨끗하다. 케냐 의사들로부터 소견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에루페는 2015년 1월 복귀한 터라 ‘징계 해지 후 3년이 지나야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따라서 그의 국가대표 선발 문제를 놓고 찬반 대립이 심해질 전망이다. 경기인들은 “황영조, 이봉주의 영광은 한국 선수로 이어가는 게 맞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행정가들은 “에루페가 침체한 한국 마라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에루페 “태극마크 달고 마라톤 금메달을 따내면 더 행복할 것”
입력 2015-06-23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