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략경제대화

입력 2015-06-23 15:38
존 케리 국민일보DB

미·중간 제 7차 전략경제대화가 미국 워싱턴DC에서 2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24일까지 이어질 이번 행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공방이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인공섬 건설이 공개된 뒤 미국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눈도 꿈쩍하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이 지난 19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인공섬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의 내부사진 17장을 공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일에는 같은 군도 내의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와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도 내놓았다. ‘이미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시위에 가깝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번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영유권 분쟁이 심화되는 남중국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분쟁 해역은 중국 고유의 영토라며 미국이 이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이 말을 듣지 않는 중국을 제재할 별다른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평행선을 걷는 입장을 되풀이하겠지만 양측이 격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행사가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의제 조율과 준비사항을 점검하는 성격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대화는 9월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의제들을 사전점검하는 의미가 가장 크다”며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관리하는 쪽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화에서 북한과 한반도 이슈가 비중 있게 거론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특히 한반도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북한 핵문제의 경우 양측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려는 의지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양국 간 투자협정(BIT) 진전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1일 “양국간 투자보장협정(BIT)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이달 초 양측이 ‘네거티브 리스트’(투자 제한 항목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개방)를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BIT 협상은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고,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안에 이 협상을 끝내지 않으면 협상이 다시 겉돌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