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할아버지, 61년만에 국가유공자 인정...20년 차명 인생

입력 2015-06-23 14:51

20년간 타인의 이름으로 살다가 46년 전에 자기 이름을 되찾았던 90대 노인이 이름을 잃어버렸던 기간의 공적을 평가받아 이번에는 61년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게 됐다.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아흔인 서정열 씨는 지난 1947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서씨는 8월 경북 영덕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두 달 동안 입원을 하게 됐다.

이때 서 씨는 자신의 병적기록표에 입대 연도는 1949년으로, 이름은 '김칠석'이란 처음 듣는 이름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정을 요구했지만, 전쟁통이었던 탓에 이를 책임지고 수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서씨는 다시 전장에 투입됐고, 1951년 7월 강원 지역 고지전투에서 흉부와 머리에 총탄을 맞아 1954년 전역했다.

서씨는 결국 '김칠석'이란 이름으로 전역했고, 이후에도 계속 '김칠석'이란 이름으로 살아오다 모든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1969년, 군 입대 이후 22년만에 '서정열'이란 본명을 되찾게 됐다.

그렇지만 병적기록부를 변경할 방법이 없었다. 서씨는 수십년 동안 본인이 '김칠석'이라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고, 결국 자녀들이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서씨는 인천 부평구의 쪽방촌에 홀로 살고 있다.

권익위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서씨의 머리에 아직도 금속 파편물이 존재하는 등 서 씨의 부상부위와 '김칠석'의 부상부위가 동일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서 씨와 김칠석이 동일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또 서 씨 자녀들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보호자가 '김칠석'으로 기록돼 있으며 병적기록상 '김칠석'의 부친(김원국)과 서 씨의 부친(서원국)이 성(姓)만 다르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후 육군본부에 병적 정정 심의를 요청했고, 육군본부는 권익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병적기록부상 '김칠석'이란 이름을 '서정열'로 수정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서 씨를 국가유공자 전상군경으로 등록했고, 서 씨는 이번 달부터 전역후 61년만에 국가유공자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