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피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우 판영진(58)을 향한 네티즌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23일 인터넷에는 판영진이 생전 SNS에 남긴 글들까지 재조명됐다.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살펴보면 삶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사는 게 숨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4월 28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나다. 모든 게 나로 시작돼 나로 끝나는 게 인생사이기에.”
4월 30일
“내 평생 화두는 ‘이 뭐꼬.’ 단 한번 살다가는 세상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니 난 복 받은 놈. 궤변 같겠지만, 세상 살면서 함부로 자신의 기준치만으로 고정관념을 갖지 마라. 이 세상에는 인력으로 안 되는 일이 무수히 존재하거늘.”
5월 2일
“어제는 가서 좋고 내일은 오니 좋고 오늘은 뭐든 할 수 있어 좋다. 30대 초반 자수성가를 목표로 투자 개념도 모르고 올인(All-in)했다 막혀서 몇 년을 헤맬 때 한 지혜로우신 어른을 찾아뵈니 ‘사는 거 별거 아니라고.’ 헐~ 난 지금 숨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건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좀 이해가 간다. (중략) 흔들리며 사는 게 삶일 게다.”
5월 6일
“나에게 고하는 말. 뒤돌아보지 마라! 멍충아.”
5월 18일
“알랑말랑한 이 세상. 신이 있어 나를 버릴지언정, 난 신을 버릴 순 없겠지?”
6월 19일
“저 잡풀은 잡풀이요. 저 소나무는 소나무요. 잡풀이 어찌 소나무가 되리요. 혼신을 다 한들 개체의 한계인 것.”
경찰에 따르면 판영진은 지난 22일 오후 11시45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판영진은 운전석에 앉아있었으며 조수석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유족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판영진은 2008년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에서 주연을 맡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뒤돌아보지 마라, 멍충아” 판영진 생전 SNS글 보니…
입력 2015-06-23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