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간판 발레리나 줄리 켄트 은퇴

입력 2015-06-23 17:28

미국의 간판 발레리나 줄리 켄트(46)가 은퇴했다.

세계적 발레단인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 켄트는 22일(한국시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로미오와 줄리엣’(케네스 맥밀란 안무) 공연을 마지막으로 29년간 활약해온 무대를 내려왔다. 이날 이탈리아 출신 스타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와 호흡을 맞춘 켄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청순하고 연약한 줄리엣’으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1986년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수상한 뒤 같은 해 ABT에 입단한 그는 93년부터 수석 무용수로 활동한 이 발레단의 최고참이었다. 다국적 무용수로 이뤄진 ABT에서 드문 순수 미국인 무용수이기도 했다. 특히 ABT에 입단한 이듬해 러시아에서 망명한 스타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함께 연기한 영화 ‘지젤’로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랐다. 임신한 몸으로도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두 아이를 낳고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ABT 출연진과 스태프는 켄트에게 붉은 장미를 던지며 감사를 표했다. 켄트는 남편인 빅터 바비 ABT 부감독 및 두 아이를 안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관객들 역시 20여분이나 기립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뉴욕타임즈 등은 극장에 온 출연진과 관객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켄트는 1996년 ABT의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네 차례 한국 무대에 선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방문했던 2012년 ABT의 ‘지젤’ 내한공연에서도 나이를 잊게 만드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 바 있다.

한편 지난 5월 팔로마 헤레라(40)와 시오마라 레이즈(44)가 나란히 은퇴한데 이어 켄트까지 수석 발레리나 3인방이 물러남에 따라 ABT는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2012년 한국인 최초로 ABT 수석 무용수가 된 서희의 입지도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