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코미디의 재미는 속사포처럼 떠벌리는 대사와 의뭉스런 표정 유머에 있다. 지난해 ‘슈퍼처방전’으로 한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카드 므라드 주연의 ‘알로 슈티’도 마찬가지다. 2008년 프랑스에서 개봉됐을 당시 프랑스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3개월 넘게 장기 흥행하며 2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프랑스 인구(6625만 여명)의 3분의 1 정도가 이 영화를 봤다.
‘슈티’는 프랑스 북부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사용하는 사투리 등을 통칭하는 단어다. 이 지역 언어는 ‘슈티 프랑스어’ 사전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 표준어와 많은 차이가 있다. 우체국 간부 필립(카드 므라드)은 감정이 쉽게 격해지는 아내 줄리(조 펠릭스)를 위로해주고 어린 아들이 원하는 대로 따뜻한 남부 지역으로 전근을 계획한다.
그러나 일이 꼬이는 바람에 막상 배치 받은 곳은 혹독한 추위, 심한 사투리, 알코올에 빠져 사는 주민들로 악명 높은 프랑스 북단 지역 슈티의 작은 도시 베르그다. 아내는 그런 곳으로는 절대 따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필립은 홀로 베르그 우체국장으로 부임한다. 그곳에서 앙투안(다니 분)을 비롯해 보기만 해도 웃기는 직원들과 개그맨 같은 주민들을 만난다.
필립과 그곳 사람들의 배꼽 잡는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지는 않지만 객석 곳곳에서는 킥킥거리며 웃음이 터져 나온다. 프랑스식 지역감정과 사투리 등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영화 속 유머코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 어떤 관객의 마음에라도 닿을 법한 따뜻함과 유쾌함은 그 무엇보다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다. 스크린에 담긴 프랑스 북부 지역 골목골목의 풍경은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멋지다. 주인공 필립과 콤비를 이루는 현지 우체국 직원 앙투안을 연기한 다니 분은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출신인 그는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7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10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프랑스 코미디 영화 '알로 슈티'를 해부한다
입력 2015-06-23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