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격식 파괴’ 인터뷰 - 4.6평 차고 인터뷰 뒷얘기 만발

입력 2015-06-23 13:22 수정 2015-06-23 14:2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고에서 가진 팟캐스트(인터넷방송) 인터뷰 뒷얘기가 미 언론에 실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2일 코미디언 마크 마론(51)이 ‘마크 마론과 함께 WTF’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인터뷰했던 뒷얘기를 문화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인터뷰는 지난 19일(현지시간) LA 하일랜드파크에 있는 마론의 집 차고에서 진행됐다. 15.3㎡ 규모의 좁은 차고에 방송 스튜디오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마론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격자무늬 셔츠와 청바지, 부츠를 신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내게는 격식에 맞는 옷(정장)이 없다”면서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대통령은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대통령도 상의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차고로 들어오기 전까지 실감할 수 없었다”면서 “무슨 말로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까 고민했다. 평범한 인터뷰를 하기는 싫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인종혐오 총격사건과 관련해 흑인을 지칭하는 금기어까지 사용하며 미국의 인종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단순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깜둥이(nigger)’라고 말할 정도로 무례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방송 진행자인 마론의 출중한 인터뷰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마론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유명 인사들은 심심찮게 자신의 숨겨진 일화를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자살하기 4년 전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눈물겨운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40여년간 가까이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서 ‘프레시 에어’를 진행해온 테리 그로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히치하이킹(무전여행)으로 전국을 순회했던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론의 팟캐스트는 매달 500만여 회, 1회당 월평균 45만여 회의 내려받기가 이뤄지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마론과 백악관은 인터뷰를 위해 1년 전부터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경호실(SS) 요원들은 인터뷰 직전 마론이 하와이 여행을 간 사이 마론의 자택을 점검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넘어지지 않도록 차고를 깨끗이 치워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인터뷰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주민들도 마론 집 주위에 나와 환영했고, 일부는 피에로 복장을 하고 저글링을 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차고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며 “대통령은 판에 박힌 일상적인 인터뷰에서 벗어나 정책의사 결정과정에서 통찰력과 일상생활, 가족에 대한 생각, 과거와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어했다”고 소개했다.

마론도 “오바마 대통령이 차고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농담도 하는 등 편안하게 방송에 임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마론은 인터뷰를 직후 “괜찮으면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정말 한 대 피고 싶군요. 약간 신경이 곤두서네요”라고 긴장감을 표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치고 대통령 인장이 그려진 종이 커피컵을 남기고 떠났다. 마론은 한참이 지나도록 커피 컵을 만지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