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부고기사조차 무명이라니… 김운하씨 명복을 빕니다

입력 2015-06-23 11:29
사진=극단 신세계 제공

연극배우 김운하(본명 김창규·40)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평 반(4.6㎡) 남짓한 고시원 방에 방치됐던 시신은 숨진 지 5일 정도 지나서야 발견됐습니다. 사망 소식은 그로부터 3일이 더 지난 22일 알려졌죠.

고인의 시신은 무연고 주검으로 처리됐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조차 고독했습니다. 경찰은 김씨의 가족과 친척을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해 지인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극계 동료들이 사재를 털어 빈소를 차렸다고 합니다.

안타깝고도 충격적인 소식에 관련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몇몇엔 씁쓸한 표현들이 보이더군요. ‘무명(無名) 연극배우.’ 유명세가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름이 없다’고 해석하니 마음은 더 무겁습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기사 제목엔 무명이라고 돼있는데, 가시는 길에 그 이름이라도 불러드리는 게 예의인 듯싶다”고 적었습니다.

아이디 ‘de****'의 네티즌은 “잔혹한 세상이다. 무명이었다고 해도 연극계에서만 그럴 뿐, 그는 분명 김운하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그런데 부고기사조차 ‘무명’이라니”라고 한탄했죠.

김운하의 본명은 김창규입니다. 권투와 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던 대학 때까지 본명을 사용했습니다. 졸업 후 연극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을 예명으로 썼습니다. 본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듯합니다.

김운하는 지난 4월 극단 신세계가 주최한 연극 ‘인간동물원초'에서 방장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다음달로 예정된 재공연 무대에도 설 예정이었죠. 극단 신세계 측은 “김운하는 늘 후배들과 동료들을 진심으로 아끼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부디 그가 하늘에서는 더 많은 사랑받으며 편히 쉴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3일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는 ‘김운하’가 하루 종일 올라 있습니다. 안타까움이겠죠. 많은 이들이 이제 그의 이름을 알았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인으로 살기는 정말 힘들다.”

“똑같은 연기를 하는데 누구는 재벌처럼 벌고 누구는 이렇게 외롭게 세상을 뜬다.”

“배우들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사는 게 참 팍팍하다.”

“김운하씨, 행복한 세상에서 마음껏 연기하시길 바랍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