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하다.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을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드는 기분이 그랬다. 찌질한 세 청춘이 기득권층과 맞서 싸우며 거액을 차지하는 이야기에 대리만족하는 재미라고나 할까. 수십억 원이 든 트렁크 3개가 사라졌다. 돈 주인은 여자를 좋아하는 미남 회장이다. 회장의 하수인들은 돈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3명의 악당은 트렁크를 하나씩 차지하고선 쾌재를 부른다.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영화로 베를린, 베니스, 칸 등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임상수 감독에게 2년 전 할리우드 이십세기폭스사가 제안을 했다. 색다른 입맛의 영화를 연출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임 감독은 지금까지 작업해온 어른들을 위한 영화에서 벗어나 청춘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도에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 스타일과 한국의 부조리한 현실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범죄 액션 코미디 장르의 옷을 입었다. 조직을 속이는 말단 인턴 지누 역의 류승범과 레카차 운전수 나미 역의 고준희는 한·미 합작 옷에 잘 어울렸다. ‘베를린’ 이후 3년간 프랑스에서 지낸 류승범은 반항적이고 재기발랄한 청춘을 그럴듯하게 표현했다. 액션영화에 처음 나온 고준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도 빛난다.
지난 17일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승범은 “그동안 이렇게 신나고 즐겁게 촬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유쾌하게 찍었다”면서 “힘들게 사는 청춘들이 영화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준희는 “세상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여자 나미의 거침없고 와일드한 매력에 푹 빠졌다. 많이 때리고 맞으면서 액션이 체질인가 싶었다”며 웃었다.
거액의 트렁크를 빼돌린 악당들과 이들의 행방을 쫓는 조직원의 숨바꼭질이 스릴 넘친다. 숨 돌릴 틈 없이 흘러가는 빠른 전개를 위해 고속촬영을 했다. 배우들의 액션을 따라 격렬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은 서로 타격을 주고받을 때의 반응과 표정까지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닮은 구석이 있다.
불법체류 근로자로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또 한 명의 악당이 되는 야쿠부 역은 ‘진짜 사나이 2’ ‘비정상회담’을 통해 예능 대세로 떠오른 샘 오취리가 맡았다. 야쿠부의 여인 정숙은 ‘시라노: 연애조작단’ ‘방자전’ 등에서 인상을 남긴 류현경이 연기했다. 돈 많고 비열한 회장 역의 김주혁, 돈의 행방을 쫓는 일당 김응수 정원중 윤여정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도 극을 감칠맛 나게 한다.
나쁜 놈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악당은 누구인가. 검은 돈을 숨기고 있는 자인가, 이 돈을 훔친 자인가. 장기하와 얼굴들이 에필로그에서 부르는 노래 ‘뭘 그렇게 놀래’를 듣고 놀라는 사람이 진짜 악당이 아닐까. 돈과 권력을 통해 사회의 이면을 들추어내면서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는 ‘임상수표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2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1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나의 절친 악당들' 리뷰] 기득권과 맞서 싸우는 청춘들 ‘통쾌하다’
입력 2015-06-23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