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복 논설위원은 이날 ‘청와대의 상식과 언론의 상식’이라는 기명 칼럼에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 전화를 걸어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기사 요건이든 뉴스 가치든 그 판단은 언론사 고유의 몫”이라며 “보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뉴스에 대한 판단을 문제 삼는 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언론 자유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배명복 논설위원은 한편에서는 국민일보에 기사가 되느냐고 묻는 전화를 걸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인과 행인이 대통령에 환호했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내놓는 청와대 실무진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시장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돌리면서 청와대 홍보팀은 갑자기 나타난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듯 상인과 행인들이 대통령을 열렬히 환호한 것처럼 묘사했다. 메르스로 나라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임을 감안하면 맨 정신으로는 내놓기 민망한 보도자료였다.”
배명복 논설위원은 최소한의 선도 지키지 못하는 청와대 홍보팀의 엇박자는 박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볼 줄 모르거나 제대로 된 인물을 끌어당길 매력이 없거나 애써 뽑은 인재를 두고도 쓸 줄 모르거나 셋 중 하나다.”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22일 ‘靑, 대통령 홍보 말고 ’메르스 근본대책‘ 내놓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청와대가 기사에 대한 보복으로 국민일보에만 광고를 못하게 했다면 졸렬하다. 권위주의 시절 언론을 통제하려했던 ‘광고 탄압’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서울 동대문상가 방문 때 ”시민들이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놀라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는 홍보자료를 보면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도 같은 날 ‘김성우 홍보수석의 치사한 광고탄압’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청와대 홍보수석이 신문사 편집국장에게 항의 전화를 건 것부터 적절한 행동인지 의심스럽다”면서 “백 보를 양보해 청와대가 보도에 불만을 품고 항의전화를 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으로도 모자라 해당 신문사에 ’보복성 광고탄압‘을 한 것은 얼마나 치사한 짓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성우 홍보수석에 대해서는 “현직 언론인으로서 재직 중에 곧바로 권력의 품에 안긴 행위부터가 썩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그렇다면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옳다. 그런데 김 수석은 벌써부터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있는 듯하다.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하기는커녕 스스로 기고만장해 오만과 불통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힐난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