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살려야 한다’를 패러디하는 이유는 그 문구가 갖는 자의적 어감이 ‘설정 같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서울대병원은 “메르스 격리환자를 받기 시작한 이달 초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라고 해명을 했죠.
패러디는 한 대학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학생은 “내 학점은 우주가 나서서 살려줄 것”이라며 자신의 책상 머리맡에 “살려야 한다”는 포스터는 붙여넣었습니다.
회사원은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근무 책상 옆에 포스터를 붙여놓았죠. 전화를 받는 자세에서 긴장감마저 감돕니다.
식당에서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손님이 오셔서 딱 이거다 하는 메뉴를 오늘 달성해야 할 매출은 이만큼이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우주에서 내려줄 겁니다”라며 “팔아야 한다” 포스터를 선보였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도 패러디 열풍에 동참합니다. 땅바닥에서 쓰러져 힘들어하는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입으로 열심히 물을 퍼다 나릅니다. 물고기를 살리기 위한 강아지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국민일보도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뒤편에 A4용지!… 페북지기 초이스” 기사로 한차례 홍역을 앓았는데요.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설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라는 서울대병원 측의 설명을 담아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데 힘썼죠.
하지만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께서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에 전화를 걸어 “그게 기사가 되느냐”고 따져왔습니다. 김 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통해서도 “비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국민일보에서 계속 쓰는데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 기류가 좋지 않다. 상당히 격앙돼 있다”는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결국 19일자 국민일보 1면에는 정부의 메르스 광고가 누락됐습니다.
“기사가 안 되니 패러디라도 하자!”는 반응에서였나요?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트위터에 “정부비판을 막아야 한다”는 패러디를 선보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바라보는 모니터에는 국민일보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