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기업인수합병에 취약한 경영환경 때문에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상장활성화를 위한 상장사 제도합리화 과제: 회사법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최근 엘리엇 사태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적대적 M&A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방어수단이 미흡해 기업이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며 “상장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복수의결권 주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 1주에 1의결권이 부여되는 것과는 달리 1주당 10의결권 등 복수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뜻한다. 주식을 보유하는 설립자와 경영진들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장기적 목표에 따라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한경연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을 들었다. 구글의 경우 2004년 상장 시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있는 Class A 주식과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인정되는 Class B주식을 발행했다. 이에 따라 2014년을 기준으로 이 회사 최고경영자(겸 공동창업자)들은 시장에 공개하지 않은 Class B 주식의 92.5%를 보유하면서 구글 의결권의 60.1%를 행사하고 있다.
알리바바(Alibaba)의 경우 홍콩거래소(HKEx) 상장을 추진하였으나 1주 1의결권 정책(policy)을 근거로 홍콩거래소가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가하지 않자,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알리바바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지는 않았지만, 뉴욕증권거래소가 이사회 다수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설립자로 구성된 파트너쉽에 부여하는 것을 허용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고 약 2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받게 됐다.
한경연은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법무부가 도입하려 했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법제화돼 활용되고 있는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공격과 방어간 공정하고 균형적인 경영권 거래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기업의 상장비율을 보면 잠재적 IPO 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반해 실제 상장 기업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잠재적 IPO 기업 수 대비 실제 상장 기업 비율은 2007년 1.88%에서 2013년 0.49%로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또한 잠재적 IPO 기업 수 대비 상장 기업 수 비율이 2007년 1.08%에서 2013년 0.39%로 떨어졌다. 김수연 한경연 연구원은 “알리바바 상장사례는 복수의결권 도입 가능여부가 그만큼 상장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구글의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 230억 달러에서 10년 만에 4천억 달러로 급등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 주식도입을 통한 경영권 안정화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한경연 “적대적 M&A 방어수단 미흡, 복수의결권제도 등 고려해야”
입력 2015-06-23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