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처음으로 영국 방첩기관인 국내정보국(MI5) 국장을 지낸 스텔라 리밍턴(79)은 정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여성 요원들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고 주장했다. 상대에게 더 편안함을 줘 더 많은 정보를 캐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역사에서 여성들이 주요 사건의 핵심 정보를 캐내거나 정보원 역할을 하면서 혁혁한 공을 세운 사례가 적지 않다. 리밍턴의 말은 단순히 여성을 ‘미인계’ 등의 한정된 역할에 국한시키지 말고 보다 다양한 정보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주문이다.
22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4년간 MI5의 첫 여성국장을 역임한 리밍턴은 최근 웰링턴 칼리지에서 한 연설에서 여성이 청취능력이 뛰어나고 침착함과 편안함으로 정보 제공자들에게 더 많은 믿음을 줘 정보요원으로서는 최적이라고 지적했다.
MI5 퇴직 후 첩보소설 작가로 변신한 리밍턴은 여성 정보 요원들이 가진 속성은 “설득력, 동정심, 청취력, 자신감 부여,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것 등으로 대변된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가 정보를 캐고 싶은 사람을 포섭하는 것이거나 단숨에 정보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면 여성이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남편을 따라 지난 1967년 임시직으로 MI5에 들어가 최고 책임자까지 오른 리밍턴은 “여성이 그런 속성을 가졌다고 해서 남성 정보요원보다 우수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나 다른 인간형을 찾으려면 정보기관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영국의 3대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여성 인력은 37%이지만, 고위직책 비율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영국 여성 정보수장 출신 "정보요원으로 여성이 최적격"
입력 2015-06-23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