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가 표절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여전히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1983)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작가는 2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전설’(1996)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창비와 절판을 논의하지는 않았으나, ‘전설’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신 작가는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후배 작가 이응준씨를 비롯해 내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내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내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라며 펜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작가는 ‘전설’ 이외에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단편 ‘작별인사’ 등 다른 소설에 제기된 표절 시비에 대해서는 “창작은 독서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떤 생각들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며 “내 문장으로 쓴 글들이지만 평단이나 독자들의 지적에 대해 성찰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소설가 이응준은 신 작가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 문단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작가는 창비에 입장문을 보내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신경숙 표절 인정 “나도 내 기억 믿을 수 없어… 자숙하겠다”
입력 2015-06-23 06:55 수정 2015-06-23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