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고자 준비한 리셉션이 22일 오후 상대국 수도에서 각각 성황리에 열렸다.
한일 정상이 교차 참석하며 급격히 높아진 관계 개선 기대감을 반영하듯, 서울·도쿄 행사 모두 해당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로 북적거렸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이날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국내외 주요 인사 7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이 자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정치권 인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는 1965년 12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기본조약 비준 당시 사용됐던 한글 병풍이 연단의 배경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선시대 문인 송강 정철의 가사 작품 '성산별곡'을 적은 이 병풍은 주일 한국대사관과 주한 일본대사관이 반씩 나눠 보관해 왔으며, 일본 도쿄에서 열린 우리 측 행사에서도 사용됐다.
서울 행사의 막은 양국의 내일을 상징하는 한일 어린이들의 합창으로 열렸다.
서울 일본인학교 어린이들과 서울 소년소녀합창단이 한국 동요 '고향의 봄', '파란마음 하얀마음', 일본 노래 '후루사토(고향)' 등 양국에서 널리 알려진 5곡을 함께 불렀다. 한국 노래는 일본어로, 일본 노래는 한국어로 일부 가사를 바꾸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축사한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로 한국을 찾은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누카가 회장은 아베 총리의 메시지와 별도로 한 축사에서 "한일 간에는 서로 가깝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선조들의 노력을 돌이켜본다면 우리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술독의 뚜껑을 깨는 '가가미비라키'(鏡開き)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었지만, 동선과 시간 등의 문제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일본 도쿄 도내 쉐라톤미야코 호텔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이 연 리셉션에도 일본 정계 요인들이 총출동했다.
아베 총리는 물론 내각의 요인 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상 등이 참석했다.
또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중의원 의장과 '고노담화'(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 등 전·현직 국회의장과 아베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도 자리했다.
아울러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대표,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 등 여야 대표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 도지사 등 지자체장들도 참석했다.
외교 사절 중에서도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등이 자리를 빛냈다. 참석자는 총 1천명 이상이었다고 주일 한국대사관이 전했다.
축사 메시지를 하기 위해 연단에 선 아베 총리는 국회 회의 일정이 있었지만 야당의 양해를 얻어 행사에 참석했다고 소개한 뒤 "이것이야말로 일한 관계의 중요성에 관해 여당도 야당도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건배사를 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맥주가 참 맛있어 보인다"며 "이 맥주 한잔으로 여러분들의 노고를 한번에 날렸으면 좋겠다"고 말해 좌중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1965년 한일협정비준 당시 한글병풍 등장...한일수교 50년 행사 양국 요인 총출동
입력 2015-06-2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