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편집권 침해 논란과 정부의 정책광고 누락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당사자로서 섣부른 입장 표명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다른 언론에 보도되고 정치권에서도 거론되면서 입장과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게 독자에 대한 도리이자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청와대와 언론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협박성’ 또는 ‘광고 압박’ 등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특히 편집권 침해로 이어져선 결코 안 될 것이다. 편집권 독립은 언론의 요체다.
국민일보는 지난 16일 인터넷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방문 당시 병동 벽에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담긴 A4 용지가 붙은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기사가 게재된 당일 김 수석은 박현동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게 기사가 되느냐”고 따졌다. 박 국장이 “기사가 되고 안 되고는 우리가 판단한다”고 답하자 김 수석은 “국장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 수석은 이달 초에도 국민일보 인터넷 기사와 관련해 박 국장에게 항의성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김 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통해서도 “비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국민일보에서 계속 쓰는데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 기류가 좋지 않다. 상당히 격앙돼 있다”는 의견을 정식으로 전달해 왔다.
정부 광고를 대행하는 언론진흥재단은 18일 국민일보에 “예정됐던 1면 광고를 취소하겠다”며 이는 광고주인 정부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 왔다. 당초 보건복지부와 국민안전처,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일보를 포함한 전국 일간지 19일자 1면에 메르스 대응 관련 2차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었다.
국민일보는 복지부와 문체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광고가 취소된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처음에 “그럴 리 없다. 국민일보도 광고가 나간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 국장에게 “혹시 BH(청와대)와 불편한 일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어 “미안하다. 예산상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영석 정치부장이 김 수석에게 그 이유를 묻자 김 수석은 “광고가 빠진 이유를 왜 나한테 묻느냐.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결국 19일자 국민일보 1면에는 정부의 메르스 광고가 누락됐다. 반면 지방지를 제외한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에는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이후 청와대와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김 부장은 19일 김 수석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 수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오후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으나 김 수석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을 만났다. 천 비서관은 광고가 빠진 이유에 대해 “모르겠다. 원만히 해결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1차 광고를 실었던 매체 중 청와대가 불만을 표시한 국민일보만 빠진 게 우연의 일치일까”라고 반문하며 “청와대와 정부의 처사가 졸렬해 뭐라 비판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등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간기업도 아닌 청와대가 광고를 무기로 언론에 채찍을 휘두르는 건 민주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을 탄압한 김 수석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유치하고 속좁다”고 말했다.
우리는 김 수석이 언론의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 광고 게재를 취소토록 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아울러 국민일보는 앞으로도 사시(社是)에 입각해 진실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국민일보 편집권 침해… 엄중한 사태를 우려한다
입력 2015-06-22 17:43 수정 2015-06-23 09:35